"출구전략 시기 나라마다 달라"

가토 다카토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16일 국제공조가 이뤄진다면 세계경제가 반짝 회복했다 다시 침체기를 맞는 이른바 `더블딥'을 피할 수 있고, 출구전략 시기는 국가별로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토 부총재는 이날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달 미국 피츠버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경제정책의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더블딥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의 회복이 천천히,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 더블딥 우려가 제기되지만 IMF는 조심스럽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구전략 시기와 관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가 동시에 확장적 정책을 폈지만 회복은 나라별로 다르다"며 "출구전략도 나라마다 다른 회복기에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중국은 올해 8.5% 성장하지만 일본은 -5.4%, 독일은 -5.3% 등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며 "회복이 빠른 나라도, 느린 나라도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의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는 G20 정상회의에서 출구전략에서의 국제공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공조가 잘 이뤄진 확장적 정책기조와 달리 긴축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출구전략은 국가별로 시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또 "통화.재정당국은 통합재정 건전성에 대한 중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선진국의 경우 사회보장제도 지출이 워낙 많아 중기 재정목표를 가져야 하고, 이 경우 국내적으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한국이 3.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한 뒤 "민간소비와 투자가 회복될 것인지, 이것이 지속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한국은 일본에 비해 민간소비 회복이 더 강하게 진행되고 있어 비교적 괜찮을 것"이라고 긍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또 내년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한국은 과거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통화, 자산안정화, 금융 건전성 규제 등 3개 정책을 훌륭히 수행했는데 다른 나라의 위기극복에 아주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G20 국가들이 어떤 적합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있어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해서는 "위기 극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보유액이 너무 많으면 그 나라 통화가 평가절상되는 문제가 있다.

자금조달 비용과 수익이 불일치할 수 있는데 한국은 조달비용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적정 수준을 얘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주제"라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는 또 "한국은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특정 금융기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한국은 예금과 대출 간 비중인 예대비율이 너무 낮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축통화 문제는 누가 인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