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한국증시가 글로벌 증시 상승에서 소외되는 분위기다. 미국 증시를 비롯한 유럽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의 상승에도 코스피지수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혹시 한국만의 악재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9월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증시의 강자로 부상했던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루아침에 달라져 버린 것일까.

한국증시의 소외현상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단기에 가파르게 진행된 원화강세 현상에 대한 우려다. 모든 상황이 똑같다고 가정하면 원 · 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기업의 실적악화로 나타나겠지만,기업들은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어 기우에 그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1주일 새 오히려 1조원 넘는 매수세를 유입시킨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다음은 펀드 환매에 따른 수급악화다. 2007년 주식시장이 1600선에서 2000선을 향해 달음질 하던 때 현재 국내주식형 펀드의 49%에 달하는 38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이때 유입된 펀드자금이 이탈하면서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원하는 수익을 얻었든지,주가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펀드환매에 가담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대다수의 펀드 투자자들은 본전이 됐다거나,막연한 불안감에 환매에 가담을 하고 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특별한 기준없이 시장분위기에 휩쓸리는 '묻지마 투자'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큰 파고에도 주식형 펀드의 설정원본은 10%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IT(정보기술) 버블붕괴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숙된 투자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투자한 펀드의 구조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 △투자설명서에서 제시한 대로 운용이 이뤄지는지 △종목 회전률과 수수료는 과도하지 않은지 △펀드매니저가 바뀌지 않았는지 △벤치마크 지수 대비 성과가 어떤지 등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낮은 편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전의 상당수 투자자들이 매수종목이 무엇을 하는 회사이며 주가수준은 어떤지 따져 보지 않고 투자에 나섰던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

10년이 지난 지금 실적분석을 기본으로 한 '펀더멘털 투자'가 뿌리를 내렸다. 펀드 투자자들도 투자한 펀드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높여 하루 빨리 '묻지마 투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펀드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주식에 투자할 때 기업의 이익 성장성,배당률,주가수준 등을 따져 보는 것처럼 펀드에 편입된 종목의 면면을 따져 볼 수 있어야 펀더멘털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또 펀드 애널리스트들이 운용사를 탐방하고,분석한 펀드분석보고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펀드의 성과는 운용사의 명성이나 화려한 이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한 펀드가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을 얼마나 많이 편입 중이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 sj.oh@youfir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