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이 체결될 경우 한.미 FTA 못지않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표한 가서명 이후 국내대책 추진방향이라는 자료에서 한.EU FTA가 수출확대, 외국인 투자증대, 고용 증가, 소비자 후생 수준 향상 등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한미 FTA와 유사한 실질 GDP 증가
정부는 한.EU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와 유사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봤다.

재정부는 "관세철폐 및 인하로 인한 수출확대, 외국인 투자증대 외에도 선진 경제권과의 FTA 체결로 경제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등 거시경제 효과가 기대된다"며 "아울러 일자리 증가가 예상되고 다양한 상품의 수입으로 인해 소비자 선택폭이 확대되는 등 후생이 큰 폭으로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경우 자동차가 EU 관세율이 10%로 미국(2.5%)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가장 큰 혜택을 보고, 다음으로 전기.전자, 섬유, 기계, 석유화학 순으로 수출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의 경우 기계, 정밀화학 분야에서 일본, 미국의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전기.전자, 기계, 정밀화학, 자동차, 섬유 순으로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에서는 EU의 경쟁력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달리 돼지고기, 낙농품, 닭고기 등 축산분야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서비스업 중 방송 분야는 EU 현지업체와 합작을 통한 방송시장 및 유통망 진출, 유럽 공동제작사의 투자유치를 통한 제작비 조달 등으로 제작편수가 증가하고, 통신도 외국계사업자의 국내시장 진입에 따라 요금을 인하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을 기대했다.

지적재산권 분야는 출판.음악 등 저작물에 대한 보호기간이 현행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20년 더 연장돼 해외 저작권자에게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부는 "한.EU FTA는 미국.멕시코.캐나다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규모를 능가하는 시장을 형성, 우리 기업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며 "국가 인지도를 높이고 국제적 협상력을 높이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한.EU FTA가 한미FTA를 조기발효하는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한.EU FTA가 EU와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을 자극할 수 있고, 자동차, 포도주 등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미국이 조기비준 필요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10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참여하는 연구팀을 꾸려 한.EU FTA가 거시경제 및 산업 전반에 미칠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내년 1분기 정식서명이 이뤄지면 발표할 계획이다.

◇EU는 두번째 교역국이자 제1의 對韓 투자국
EU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 다음의 교역국일 만큼 비중이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교역액 8천573억 달러 중 중국이 1천683억 달러로 19.6%를 차지했고 다음이 EU 984억 달러(11.5%), 일본 892억 달러(10.4%), 미국 847억 달러(9.9%) 순이었다.

대(對)EU 수출은 584억 달러, 수입은 400억 달러로 184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대EU 수출품목 1위는 선박(100억 달러, 17.2%)이다.

다음이 무선전화기(75억 달러, 12.8%), 승용차(52억 달러, 8.9%), 평판디스플레이(39억 달러, 6.7%) 등이었다.

수입품목은 의약품이 16억 달러(4.0%)로 가장 많았고, 반도체 제조용장비(16억 달러, 3.9%), 자동차부품(15억 달러, 3.9%)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EU가 63억3천만 달러로 미국(13억2천만 달러), 일본(14억2천만 달러), 중국(3억4천만 달러)을 크게 상회했다.

1962년 이후 투자액도 511억5천만 달러로 EU가 가장 많았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