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과 대출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시장금리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 예금과 대출금리도 이를 반영해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 예금금리 하향 조정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번 주 들어 예금금리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1년 만기 `민트정기예금' 금리를 지난 9일 최고 4.5%에서 14일 현재 4.3%로 내렸다.

13일까지만 해도 4.8%였던 우리은행의 1년짜리 `키위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도 14일 기준 4.7%로, 이 은행의 `자전거정기예금' 금리도 4.7%에서 4.6%로 인하됐다.

외환은행은 1년 만기 `예스큰기쁨예금'의 최고 금리를 지난 8일 4.7%에서 이번 주 4.6%로 0.1%포인트 낮췄다.

다만, 국민은행은 `국민수퍼정기예금' 최고 금리(1년 만기)를 지난주 4.6%에서 이번 주 4.65%로 0.05%포인트 인상했다.

국민은행 수신담당자는 "매주 목요일 종가 기준 시장금리를 반영해 다음 주 예금금리를 책정한다"면서 "지난주 시장금리가 올라 이번주 예금금리가 인상됐지만 다음 주에는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369 정기예금'과 기업은행의 `서민섬김예금'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지난 주와 같은 4.5%와 4.8%를 각각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은 시중금리 상승세를 반영하고, 지난해 4분기 고금리로 팔았던 예금들의 만기가 도래하자 이를 재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예금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최근 예금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내리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지난 8일 4.23%에서 금통위가 열린 9일 4.13%로 0.10%포인트 급락했으며 이번 주 들어서도 내림세를 지속해 14일 기준 3.99%까지 내려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고 시장금리가 많이 내려간 만큼 예금 금리를 무조건 높게 줄 수는 없다"면서도 "고객 이탈을 방지하려면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D금리는 관망세
은행들의 대출금리 상승세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14일 기준 2.81%로 4영업일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CD금리는 지난달 28일 이후 매일 0.01%포인트씩 상승하며 이달 9일 2.81%까지 올라 지난 2월 11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CD 금리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CD금리 책정 때 참고가 되는 3개월물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 7일 2.88%에서 14일 현재 2.68%로 낮아져 1주일동안 0.20%포인트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3개월 물 CD 금리와는 0.13%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SK증권의 염상훈 연구위원은 "3개월 물 은행채 금리 하락 속도를 감안하면 CD금리도 2.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D금리 하락 속도는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CD금리가 급락하면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일부러 3개월물이 아닌 다른 기간물 CD를 발행하면서 하락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번 주까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CD 금리 상승분이 뒤늦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주 4.71∼6.31%에서 이번 주 4.76∼6.36%로 0.05%포인트 올랐으며 우리은행은 지난 9일 5.29~6.11%에서 14일 기준 5.31~6.13%로 상승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