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들이 비용절감 덕분에 3분기 예상보다 괜찮은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매출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부진은 소비위축에 따른 현상으로,매출 성장 없이 이익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래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실적을 발표한 생활용품업체 존슨앤드존슨(J&J)은 3분기 순이익이 33억5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1% 늘었다. 하지만 매출은 150억8000만달러로 5.3% 줄었을 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예상치(152억20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텔 역시 3분기 매출이 93억9000만달러로 8.1% 줄었다. 순이익도 18억6000만달러로 지난해(20억1000만달러)보다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치는 웃돌았다. 필립스도 지난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은 1억7600만유로로 두 배 늘었으나 매출은 56억유로로 11% 감소했다. 지난주 실적을 공개한 알코아도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34% 급감했다.

이는 기업들이 인력 감축과 투자 축소 등 과도한 비용절감을 통해 이익을 늘렸다는 뜻으로,중장기적으로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칫 세계경제가 기업들의 비용절감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오웬 피츠패트릭은 "투자자들은 시장 예상을 초과하는 순익에 만족하지 않고 매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투자관리회사인 비콘트러스트의 프레드 프라엔켈 부회장은 "비용 절감은 미래 순이익의 원천이 될 수 없다"며 "매출 증가 없이는 장기적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