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에만 신경을 써서는 결코 초우량 기업의 대열에 낄 수 없습니다. "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랑받는 기업'이 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외 계층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은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시발점"이라며 "한발 더 나아가 고객과 직원,주주,협력사,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고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소디어 교수는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라는 책의 저자로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사회를 위해 힘쓰는 사랑받는 기업이 대두된 배경은 무엇인가.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기업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장부 조작과 같은 기업 내부의 비리,제품 생산 과정에서 빚어지는 환경 파괴,경영진에게 돌아가는 과도한 스톡 옵션 등 기업에 불리한 정보들도 실시간으로 퍼져 나간다.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고령화 현상도 사랑받는 기업 신드롬이 생기는 배경 중 하나다. 나이 많은 소비자들은 자손들이 생활할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한다. 대부분 사랑받는 기업을 선택한다. '영혼이 있는 기업'이 승리하는 시대가 왔다. "

▼사랑받는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적극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는 게 출발점이다. 사회와 함께 호흡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협력업체,투자자,고객,종업원 등 기업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사랑받는 기업이 된다. 최근 연구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구글 BMW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마존 이베이 코스트코 할리데이비슨 홀푸드 등 28개사를 사랑받는 기업으로 분류했다. 아시아권 기업들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다. "

▼사회와 기업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투자하다 보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주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 ·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사랑받는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얻는다. 최근 선정한 28개 사랑받는 기업의 10년간 주가 상승률은 평균 1100%에 달했다. 미국 S&P500 지수에 속한 500대 우량 기업의 주가 상승률보다 8배나 높다. "

▼사회공헌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

"기업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업 경비에서 마케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 기업이 대표적이다. 4인 가족의 지갑을 열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쓴 광고 마케팅비를 다 합치면 1만달러(약 1166만원)에 달한다. 사랑받는 기업이 되면 이 같은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의 상품 정보를 이웃과 친구들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어떤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 초우량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스타벅스 코스트코 할리데이비슨도 낮은 비용의 광고로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었다. "

▼한국 기업들도 최근 들어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이 빠른 경제 성장을 일궈내고 국민의 교육 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고객 외의 다른 이해당사자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훨씬 더 다양해졌다.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수익만이 아닌,상생을 위한 조직 문화 구축이 중요하다. "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