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매업체인 크리스티는 12월 1일에 가격이 500만~700만달러로 예상되는 선명한 핑크빛의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인 '비비드 핑크'(the Vivid Pink)를 경매할 예정이다.

이 다이아몬드가 경매에 부쳐질 곳으로는 미국 뉴욕이나 스위스 제네바가 아닌 홍콩이 선택됐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경제가 비틀거리고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국제적인 '구매 파워'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 신흥시장이 떠오르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최고급품 시장에서 아시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면서 크리스티와 소더비를 인용해 홍콩이 지난 몇년간 고가의 보석이나 와인 등의 최고 경매장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경매에 나오는 핑크 다이아몬드 외에도 크리스티는 작년 5월에는 620만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홍콩에서 경매로 판매했다.

크리스티 아시아의 보석 담당 책임자인 비키 섹은 "이 2개의 다이아몬드 판매는 홍콩이 최고가품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소더비의 경우도 이달에 홍콩에서 실시한 고급 와인 경매에서 790만달러 어치를 판매해 610만달러로 예상했던 전망치는 물론 지난 봄의 640만달러 판매실적도 넘어섰다.

소더비의 지난주 보석 경매에서는 3천260만달러 어치가 팔려 1년 전 2천만달러도 밑돌았던 것을 훌쩍 초과했다.

홍콩의 보석 경매 규모는 2004년 4천700만달러로 제네바를 처음 앞선 이후 매년 세계 보석 경매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가계 지출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인구증가, 사회안전망 개선 속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그동안 세계의 구매력의 중심지였던 미국은 빚 부담에 시달리며 당분간 소비에 신중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의 스티븐 로치 회장은 "미국은 다년간의 소비절약 초기 국면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올해 초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판매 시장으로 부상하는 등 세계 소비 시장에서 중요성을 더해하고 있다.

크레디스위스는 중국이 세계의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에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지난달 전망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