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0%대로 사실상 상향 조정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0%가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질문에 "0%와 -1% 사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공식적으로는 -1.5% 성장이 무리 없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데 이달 말에 나오는 3분기 성장률이 생각보다 더 낙관적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다"며 -0%대를 점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그는 "올해 경제가 0% 가까운 마이너스로 성장하고 내년에는 4% 성장할 것으로 보느냐"는 민주당 강운태 의원의 질문에서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장관은 그동안 정부의 기존 전망치인 -1.5% 보다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0%대를 언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해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것임을 시사한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강만수 전 장관 재직 시절인 작년 9월말 예산안 제출 당시 5%에서 11월 초 수정 예산시 4%로 조정됐다가 그해 12월 중순에 경제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다시 3%로 하향됐다.

이후 지난 2월 윤증현 장관 취임 직후 경기 하강 속도를 고려해 -2.0% 성장을 목표로 삼았으나 지난 6월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1.5%로 0.5% 포인트 올려잡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분기에 전기 대비 0.1%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2분기에 무려 2.6% 성장함에 따라 3분기와 4분기에 정부 목표치인 전기 대비 1% 성장만 하더라도 -0%대 후반의 성장률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내년도 재정까지 미리 끌어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로 한데다 4분기부터는 설비 투자와 내수 소비가 회복할 것으로 보여 3분기와 4분기에 전기 대비 1%대를 훌쩍 넘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미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에 올해 성장률을 -1.5%로 수정해 공식적인 성장률 재조정 발표는 없겠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올해 -0%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장관은 더블딥 가능성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더블딥 가능성은 적다"면서 향후 경기흐름이 나이키형 또는 루트형이 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무슨 형이라기보다는 평소 상승보다 완만한 상승세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의 전망대로 올해 -0%대 성장이 가능해진다면 작년 1만9천500달러에서 올해 1만5천달러 수준으로 급락이 우려됐던 1인당 국내총생산량(GDP)은 올해 1만7천~1만8천달러 수준에서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8%로 잡으면서 1인당 GDP를 1만6천354달러로 예측했는데,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0%대 후반으로 기대해 최대 1만8천달러 중반 대까지 육박할 수도 있다.

또한 경기 후행 지표인 고용은 희망근로와 사회적 일자리 등 정부의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당초 10만~15만명 취업자 감소 목표보다 개선된 10만명 이내 줄어드는데 그칠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예상보다 좋았던데 따른 기저효과와 환율 및 유가 변수 등이 도사리고 있어 경제정책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설비투자와 내수 회복이 아직 더디고 국제금융시장 불안, 북핵 등 대외 여건이 불안한 점도 돌발 변수로 남아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류지복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