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은행들의 'PB(프라이빗 뱅킹)싸움'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이 본격적으로 투자처 물색에 나서자 은행들마다 영업 전열을 정비하며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은행들은 PB 인력과 영업점 확충에 나서는 한편 차별화된 서비스와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최대 격전지는 강남

시중은행들은 대한민국 '부의 1번지'로 불리는 강남지역에서 일전을 벼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지점 통폐합을 하며 몸집을 줄여왔지만 강남에서만은 PB센터를 대폭 늘리며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3일 강남구 도곡동에 PB센터 18호점인 '신한PB도곡센터'를 개설한 데 이어 오는 20일 강남구 역삼동에 '신한PB역삼센터'를 개점한다. 이들 PB센터를 통해 맞춤형 PB전용 상품뿐만 아니라 주식과 채권 등 투자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세청 출신의 세무전문가를 통해 세무 컨설팅,부동산 종합관리,유언상속 등 1 대 1 맞춤식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도 제공키로 했다.

기업은행도 최근 강남구 도곡동에 정예 PB 7명으로 구성된 PB센터 1호점 '강남PB센터'를 개점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말 압구정동에 6번째 PB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도곡동에 7번째 PB센터도 개설할 계획이다.

강남구는 국민 하나 신한은행이 장악해온 시장이지만 올해 초 우리은행이 대치동에 복합금융센터를 연 데 이어 SC제일은행과 기업은행까지 가세하면서 고객 쟁탈전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PB인력 양성에도 박차

은행들은 전문 PB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교육 방식도 단순히 자격증을 따는 교육을 넘어 복잡 · 다양화되는 금융업무를 익히고 부자 고객들의 생활방식과 생각까지 익히는 방식으로 체계화시키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문 프라이빗 뱅커(PB)를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PB 사관학교'를 만들었다. 경력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30명을 선발해 지난달부터 4개월간의 교육 과정을 시작했다. 15주간 은행 연수원 등에서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며 부자 문화의 이해와 부유층 고객 응대 요령 등 PB영업 전반의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다. 1기 과정을 시작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연 2회에 걸쳐 100여명의 전문 PB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3년차 이상의 행원을 대상으로 '주니어 PB 제도(가칭)'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PB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행원 5~7년 이상 경력의 책임자급을 대상으로 PB를 선출했지만 행원까지 대상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PB인력 양성을 위해 직원의 수준과 연수 내용에 따라 'WM(Wealth Management)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최근 '프리(Pre) PB' 직무 프로그램을 신설해 경제 및 금융상품 분석 교육을 크게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8명의 전문 PB들이 VIP센터 직원들에게 PB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