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임금(명목 기준)이 내년 5% 오를 경우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소득세율 인하계획(8~35% → 6~33%)을 그대로 시행하면 연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세금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감세'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내년 근로자 명목 임금상승률이 5%라고 가정할 때 내년 소득세율을 예정대로 인하할 경우 저소득 근로자의 세금은 줄어드는 반면 고소득층의 세금은 늘어난다고 밝혔다.

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임금인상률을 5%로 가정할 때 지난해 연소득 2000만원 근로자의 소득은 내년에 2100만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소득세는 세율 인하로 2008년 10만3000원에서 내년 7만2000원으로 30.1%(3만1000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소득 3200만원인 근로자도 내년 소득은 3360만원으로 증가하지만 세금은 지난해 62만원에서 내년 47만8000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연소득 1억원인 고소득 근로자의 경우 임금인상으로 소득은 1억500만원이 되지만 세금도 1351만원에서 1353만8000원으로 0.2%(2만8000원) 증가한다.

연소득 1억3000만원인 고소득층도 5% 임금인상률을 감안할 경우 내년 소득은 1억3650만원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세금도 2189만7000원에서 2262만2000원으로 3.3%(72만5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소득세율을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많이 줄여주도록 설계했다"며 "내년 경기회복으로 근로소득세가 올해보다 9000억원가량 증가할 것이란 게 정부 예측이지만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의 세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자감세라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정부는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고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올해 소득세제 개편이 중산층의 세 부담만 늘린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재정부는 올해 소득세제 개편을 감안할 경우 내년 연소득 8000만원 근로자의 세 부담은 변동이 없는 반면 연소득 9000만원 근로자의 세 부담은 513만원에서 535만원으로 늘어나고,연소득 1억원 근로자의 세 부담도 708만원에서 756만원으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