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국 세상 속에 살고 있다. "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8일 인터넷판에서 자원 쇼핑에 열을 내던 중국이 타깃을 자동차 하이테크기업 부동산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포천은 나이키의 운동화와 마텔의 인형을 만들던 중국 기업들이 스스로 나이키와 마텔이 되고 세계 공장의 오너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세계 부가가치 사슬의 위로 올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천은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다른 회계기준과 소비자 안전규제 등에 적응해야 한다며 중국이 해외 인수 · 합병(M&A)을 통해 이 같은 장애물을 한 번에 뛰어넘고 있다고 전했다.


GM 브랜드 첫 인수

중국 기업이 글로벌화를 넘어서 '차이나라이제이션(세계의 중국화)'으로 치닫는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다. 중국의 지방 중장비업체인 쓰촨텅중은 제너럴모터스(GM)의 '허머(사진)' 브랜드 인수 최종 계약을 이르면 9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기업이 미국 완성차 브랜드를 인수하는 첫 사례다. 양사는 이미 지난 6월 이번 M&A에 기본 합의했지만 중국 정부가 허머가 환경친화적인 차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는 설이 나오면서 최종 합의가 미뤄져왔다. 중국 언론들은 정부 승인이 남았다고 전했지만 중국 정부와의 교감 없이 최종 합의를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또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업체인 지리자동차는 포드의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를 인수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 중이다. 여기엔 상하이자동차도 경쟁자로 나선 상태다. 베이징자동차도 GM의 스웨덴 브랜드인 사브를 인수한 코닉세그 컨소시엄에 돈을 대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베이징자동차는 GM의 독일 브랜드인 오펠 인수전에도 참여했을 만큼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다.

GM에서 20년 이상 엔지니어로 일한 왕다쭝 베이징자동차 사장은 월지와의 인터뷰에서 "생존하길 원한다면 세계화와 대형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동차 시장에서 올 들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하는 등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산업 판도 변화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속화되는 해외 투자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해외 투자는 금융위기를 틈타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지난해 전년의 두 배 수준인 500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했다.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지난해 48억달러를 해외에 쏟아부은 데 이어 올해는 무려 5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세계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CIC 사무실로 줄지어 달려가고 있다. 아직까지 자체 자금운용 능력이 부족한 CIC는 해외 자산운용사를 활용,자원 부동산 소비 전력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부실채권 인수가 전문인 오크트리캐피털은 이미 CIC에서 10억달러를 받아 운용키로 했다. CIC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의 개도국 부실채권 인수사업에도 참여할 의향을 비치고 있다. 중국이 최근 10년간 해외 기업 M&A에 투자한 규모만 1150억달러에 달한다.

물론 중국의 해외투자를 위협론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호주가 자원업체에 대한 외국인 지분을 15% 이하로 제한키로 한 것은 호주 국부인 자원을 중국이 싹쓸이해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2조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실탄으로 소나기식 투자를 하고 있어 차이나라이제이션은 갈수록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이 유전 개발에 투자 중인 나이지리아의 한 관료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원유 생산 라이선스를 얻기 위해 외국 에너지업체에 비해 몇 배에 달하는 베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경쟁을 좋아한다. "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