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철강업체에 다니는 39세 동갑내기인 김성근(가명) 차장과 박성욱(가명) 차장.이들은 2007년 초 일본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라 회사 부근의 한 증권사에서 일본펀드를 3000만원씩 가입했다. 하지만 일본 역시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비켜가지 못함에 따라 이 펀드는 지난해 말 원금의 절반 정도를 까먹었다.

작년 말 증권사를 다시 찾은 김 차장은 증권사 직원의 조언을 받고선 일본보다는 경기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브라질펀드로 갈아탔다. 그 결과 김 차장의 브라질펀드는 올 들어 99% 수익을 올리면서 원금 3000만원을 거의 회복했다. 하지만 그대로 놓아둔 박 차장의 일본펀드는 여전히 반토막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국가의 어떤 자산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만큼 투자대상을 잘 고르고, 중장기 전망을 따져 주기적으로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펀드는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된 만큼 환헤지 여부를 확인하고,환매할 때 국내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올해 말로 해외펀드 비과세가 종료되기 때문에 세금 문제도 염두에 둘 것을 조언했다.


천당과 지옥 오간 해외펀드

11일 펀드평가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해외펀드 수익률은 국가별로 크게는 100%포인트 이상 차이 난다. 브라질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9%대로 '더블' 수준이며,러시아펀드(93%) 인도펀드(72%) 브릭스(59%) 등의 순자산도 작년 말보다 50% 이상 불어났다. 반면 일본은 -3%대로 올해도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으며,북미(12%) 유럽(16%) 등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이처럼 해외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투자국이나 투자대상의 중장기 전망을 잘 살펴야 한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팀장은 "해외 투자지역이나 자산에 대한 정보가 충분한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검증된 자산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물펀드나 럭셔리펀드 등은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아 투자자들의 마음 고생이 심한 상태다. 유지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구원은 "경험 및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해외 상품에 투자하다보니 국내보다 정보가 부족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산투자 효과에 대해서 따져봐야 한다. 국가별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를 점검해 분산투자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라는 얘기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해외펀드라도 코스피지수와 상관관계가 너무 높다면 분산투자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관련 업종의 시장 영향력이 큰 러시아나 브라질펀드와 원자재펀드를 동시에 가입하는 것도 사실상 중복 투자인 셈이다. 오 팀장은 "해외펀드 투자시 분산투자가 주 목적인지,아니면 국내 펀드 대비 초과수익이 목적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그냥 전망이 좋아 보인다는 식의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환위험 고려해야

해외펀드는 원화를 달러나 해당국 화폐로 바꿔 투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환율변동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투자국 증시가 오르고 원화마저 약세를 보일 경우 자본이득에다 환차익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지만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주가상승에 따른 이익을 환차손으로 까먹을 수 있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중국 본토투자펀드 중 환헤지형인 '미래에셋차이나A셰어1(H)종류A'는 최근 6개월 수익률이 10.95%에 이르지만,환노출형인 '미래에셋차이나A셰어1(UH)종류A'는 0.47%에 불과하다. 두 펀드는 똑같이 운영되며 환헤지를 하느냐 안하느냐만 차이난다.

운용사들이 모든 해외펀드에 대해 환헤지형을 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 브라질 펀드처럼 환헤지 비용이 너무 큰 경우나 여러 국가에 나눠 투자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환노출형만 내놓는다. 다행히 올 들어 인도나 브라질 화폐가 강세를 보여 펀드 수익률에 큰 보탬을 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특정 국가의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그 나라 경제를 좋게 보는 것이고, 이 경우 그 나라 화폐도 강세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 투자에서는 환노출형이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환율이 경제 상황 이외의 외부 요인에 따라 요동칠 수 있는 만큼 중단기 투자자라면 비용이 좀 들더라도 환헤지형이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금 · 환매 요령도 중요

올해 말로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끝나기 때문에 세금도 잘 따져봐야 한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15.4%(주민세 포함)의 세금이 여전히 면제되지만,내년부터 해외펀드는 이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전으로 한국과 중국펀드가 똑같이 50% 수익이 났다고 치더라도 중국펀드는 세금을 내고 나면 42.3%의 수익만 받아갈 수 있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세후 수익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는 내년에 원금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비과세 연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소득을 연도별로 분산하거나 해외펀드를 부분 환매해 국내 주식형으로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해외펀드는 환매기간이 길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환매 신청이 늦어 자칫 자금이 필요한 날에 돈을 찾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콩H주에 투자하는 중국펀드는 보통 환매신청일을 포함해 6영업일에 환매금액을 받을 수 있고,인도나 브라질 러시아 등은 8영업일 정도 걸린다.

중국 본토펀드는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예컨대 미래에셋 중국 본토펀드의 경우 매월 14일 이전에 환매를 신청하면 같은 달 25일에 받을 수 있지만,15일 이후에 신청하면 그 다음 달 25일에야 환매금액이 들어온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