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깔린 지뢰는 뭘까.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 반등을 '비이성적인 과열'로 진단하고 있다. '더블딥(경기가 반등 후 재하강하는 현상)'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데 증시가 급속한 경기 회복 기대감에 너무 들떠 있다는 것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대표적인 경계론자들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앞으로 큰 장애물이 많다"면서 불안한 주택시장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실직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대금 상환능력 부재를 당장의 위험 요소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고용상황이 계속 악화할 것이라는 대목도 지적했다.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로는 실업자 증가를 막기에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787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자금이 소진되는 2011년 이전에 미국 경제가 침체의 숲을 완전히 빠져 나올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전망이다.

루비니 교수는 주가가 "너무 많이,너무 일찍,너무 빠르게 올랐다"며 "조정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이뤄질 수 있다"고 점쳤다. 경기 회복 곡선이 'V'자가 아니라 'U'자형일 가능성이 크고 더블딥(W)형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부동산시장에서도 거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혜택이 종료되면 주택가격이 향후 10% 이상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최대 불안 요소로 꼽았다. "상업용 부동산이 문제의 핵으로 등장해 관련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손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업용 부동산 관련 내년 부실대출 규모는 약 2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에서는 출구 전략의 일환으로 인플레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기준 금리를 조금씩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회의를 끝내고 상당기간 제로(0) 금리를 유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이사들이 선제적인 금리 인상론을 내놓고 있다. 금리 인상 조치는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악재다.

토머스 휘니그 캔자스시티FRB 총재는 "금리를 뒤늦게 갑자기 올리는 것보다 일찍 올리기 시작하는 게 낫다"면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빈 와시 FRB 이사와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FRB 총재 역시 "실업률이 10% 가까이 육박하더라도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며 "1~2% 정도는 긴축 금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1975년 이후 실업률이 최고치에 달한 뒤 평균 11.8개월 만에 FRB가 금리를 인상했다"고 분석했다. 1982년의 경우 실업률이 10.8%에 도달하자 5개월 만에,1992년에는 실업률이 7.8%에 이르자 20개월이 지난 시점에 금리를 올린 사례가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