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사태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농협RPC(종합미곡처리장) 봉쇄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와 농협 등이 근본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올해도 쌀 생산량은 468만t, 소비량은 437만t으로 예상돼 공급량이 31만t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 등 해마다 공급 초과 현상이 반복되면서 쌀값 폭락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쌀 재고 얼마나 되나
8일 전남농협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모두 468만t으로 지난해의 484만t에 비해 3.3%(16만t)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009년산 쌀 소비량은 437만t 수준으로 예상돼 공급량이 31만t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월 말 현재 농협이 가진 쌀 재고량은 20만8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만t에 비해 무려 88.7%가 늘어났으며 전남지역의 경우 재고량이 2만9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4천t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여기에 민간 보유 물량까지 합하면 전체 재고량은 전국적으로 100만t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이 80㎏ 들이 한 가마에 14만6천976원으로 지난해 수확기의 16만2천416원에 비해 9.5%가 하락했다.

최근 산지 벼값은 지난해의 40㎏ 5만4천250원에 비해 8천-1만원, 2007년 대비 3천-5천원 낮은 4만5천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내년 수급은 어떨까
올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6만t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월 물량 5만t과 공공비축 매입량 감소(3만t), 시판용 수입쌀 증가(2만t) 등에 따라 전체 유통량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맞벌이 부부 등의 증가로 대체식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크게 감소해 공급 초과 현상은 좀처럼 해소하기 힘들 전망이다.

◇쌀값 폭락 원인은 어디에
무엇보다 공급 과잉이 쌀값 폭락의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도 468만t의 쌀 생산이 예상되는데 소비량은 437만t 수준에 머물러 31만t의 공급 초과가 전망되고 있다.

특히 식생활 변화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공급 초과현상은 단시일 내에 해소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2002년 87㎏에서 2003년 83.2㎏, 2004년 82㎏, 2005년 80.7㎏, 2006년 78.8㎏, 2007년 76.9㎏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재고를 40만-50만t씩 해소해 오던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면서 이 같은 공급 초과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농민단체는 뭘 요구하나
RPC 봉쇄 시위를 벌이는 등 쌀값 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단체들은 쌀 대북지원 재개와 농협 수매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쌀 대북지원 재개와 함께 이를 법제화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대북정책 등으로 볼 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민단체는 또 농협의 자체 수매 확대와 출하 조정을 통한 쌀값 안정, 농협 자체수매 가격을 선지급한 뒤에 다음 연도에 정산, 유통업체에 저가미 판매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대책은 무언가
정부는 최근 쌀 시장 과잉 물량 10만t을 추가 격리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2009년 수확기 벼 매입량을 270만t으로 지난해보다 23만t 확대하고 민간 부문 매입량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농협과 자치단체들도 매입 자금 조기 지원과 공공비축미 확대, 새로운 쌀 수요 창출, 대외 원조방식 등 과잉 물량의 특별처분 대정부 건의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들이 공급량 초과 때문에 발생하는 쌀값 폭락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쌀값 폭락을 둘러싼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마다 40만여t을 해소해 주던 대북 지원이 끊기면서 엄청난 재고가 쌓이기 시작해 결국 쌀값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농민단체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것도 해결책 모색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