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언론 노출을 꺼리던 김승유(66)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왕성한 외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외부적으로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미소금융재단(서민대출은행) 이사장도 맡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도 독립 카드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다른 은행 인수.합병(M&A)도 추진할 태세를 갖추고 대규모 유상증자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이 같은 김 회장과 하나금융의 행보에 기대보다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위기극복이 마무리되지 않아 '내실경영'에 주력해야 할 시기에 거꾸로 무리한 확장경영에 나서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의 주력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작년에 1조7천억원이라는 엄청난 법인세를 정부로부터 면제받고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주요 은행들 중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하나금융, 주가·실적 최하위
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이 업계 내 골찌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1천300억원 적자로, 상위 5개 은행들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 1천698억원 흑자로 전환하기는 했으나 그나마 주식 매각 이익 등으로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하나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분기 말 기준 1.43%로 상위 5개 은행들 중 최하위에 머물렀고 총연체율은 1.07%를 기록, 5개 은행들 중 건전성이 가장 나빴다.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은 작년 9월 말 8조2천198억 원에서 최근 7조6천여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작년 9월 말 11조6천억 원에서 최근에는 12조원대로 오히려 위기 전보다 늘어났다.

◇하나銀, 업계 5위로 추락
하나은행은 실적이나 주가, 건전성 등의 모든 부문에서 오랜 경쟁자인 기업은행[024110]에 뒤져 체면을 구겼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기업은행이 2천600억원에 달해 적자를 낸 하나은행에 훨씬 앞섰다.

2분기 말 기준 순이자마진도 기업은행이 2.32%로 하나은행보다 0.89%포인트 높다.

총자산의 경우 하나은행이 159조원대로 기업은행(158조원)보다 소폭 많지만 신탁계정을 제외한 은행계정 자산규모는 기업은행이 153조원 수준으로 하나은행(145조원)보다 많다.

반면 총연체율은 하나은행이 1.07%로, 중소기업 전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0.87%)보다 높다.

금융업계는 9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총수신규모가 109조원으로 하나은행(107조원 수준)을 앞선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시장에서도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의 명암이 엇갈렸다.

상장사인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은 7조6천억원 수준으로, 기업은행(8조1천여억원)에 못 미친다.

◇무리한 M&A 우려도
이런 와중에 하나금융은 확장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나금융은 은행내 카드사업부를 떼어내 독립 카드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외환은행이나 우리금융 등의 타금융기관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성장 전략 측면에서 M&A를 추진키로 했고 외환은행이 됐든 다른 곳이 됐든 원하는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지 나설 것"이라며 "유상증자를 한다면 적어도 1조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할 만큼 현금을 마련하기 어렵고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 역시 하나고등학교 설립에 이어 서민 소액대출 사업을 이끌 미소금융 이사장까지 맡는 등 활발하게 외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하나고는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에게 특별전형 혜택을 준다는 비난을 받았고 미소금융 이사장은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자리라는 지적이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서민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은 대상자의 특성을 잘 아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사업자가 수행해야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며 "시중은행 경영자가 이 사업을 주도하면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경제.금융 여건이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정책금융 제공 등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내년에 김 회장이 리스크를 부담하는 경영을 할지, 보수적인 경영을 택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