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실현 여부 떠나 불확실성이 문제"

단기 급등 부담에 따른 조정의 찬바람이 불고 있는 국내 증시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라는 `서리'마저 내릴 조짐을 보여 향후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에 단행될 것으로 점쳐 왔으나 호주가 주요20개국(G20) 국가로는 처음으로 전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기본적으로 경기 회복을 의미하지만 원ㆍ달러 환율을 더 끌어내릴 수 있고 유동성 완화 정책에 대한 국제적 공조에 금이 갈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점에서 매수 주체 실종으로 지지부진한 우리 증시에 부정적 기류를 유입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호주 금리 인상으로 '출구전략' 우려 본격화 = 호주 중앙은행이 전날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과잉 유동성 회수, 즉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호주를 포함한 G20 회원국들은 정상회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동성 완화 기조를 함께 유지하자는 입장임을 강조해 왔고, 호주가 금리를 올린다 해도 다음달에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호주의 선제적 대응이 나타난 점은 증시에 다시 한번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라며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호주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는 점은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우리 정부의 명분을 축소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는 최근 한국은행이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과 달리 정부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상조'론을 고수했던 것을 염두에 둔 설명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출구전략 현실화 가능성마저 불거진다면 주식시장에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환율 하락이 증시에 득보다 실이 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환율의 낙폭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연내 인상 가능성 고조라는 '불확실성'이 문제 = 호주가 금리를 올렸지만 뒤이어 금리 인상에 나서는 다음번 G20 회원국이 한국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업계 종사자 14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2%가 오는 9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변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세에 따른 출구전략 부담과 물가 상승 압력이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향후 불확실성을 대비해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우리나라와 호주의 경제 구조가 다르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의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연내 금리 인상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교보증권도 내년 1분기는 돼야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의 금리 인상이 전날 우리 증시에는 충격을 줬지만 미국과 유럽 증시가 상승했고 이날 호주 증시도 1.4%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점으로 미뤄 이번 호주의 금리 상향을 전세계적 출구전략 실시와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 문제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은 증시에 지속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지난달부터 오는 11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제기돼 왔지만, 이번 호주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당장 이달에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등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 대립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는 줄곧 시장을 맴돌고 있었는데 그 시점이 점점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증시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