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며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해왔으며 자산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경기 회복세에 맞춰 어느 정도 성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경영방향을 선회할 조짐이다.

인수합병(M&A)과 해외진출도 은행권의 주요 경영 이슈가 될 전망이다.

◇"경영환경 개선...내실있는 성장 추구"
시중은행들은 7일 내년에는 경기회복으로 인해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감소하고, 영업활동도 활발해지면서 영업수익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은행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었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순이자마진(NIM)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공격 경영보다는 조심스러운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내년 경영 키워드를 `가치경영', 우리은행은 `내실있는 지속성장'으로 잡았다.

용어는 다르지만, 결국 내실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큰 틀에서 혁신을 통한 가치경영을 해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대외적인 사회 협력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0월 23~24일 사외이사 및 경영진 워크숍을 갖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우리은행 신현석 전략기획부장은 "아직 경제에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와 경영효율화를 통한 내실있는 지속성장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업이 실물경제보다 과도한 성장을 함으로써 금융위기가 초래된 만큼 실물경제 성장률과 보폭을 맞춰가겠다는 것이다.

이종휘 행장은 최근 "올해는 예상보다 큰 순이익이 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정상적인 영업이익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김형진 부행장은 "출구전략 시행 여부나 경기회복세, 기업 건전성 등에 따라 경영 전략도 달라질 것"이라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유동성 비율 등 각종 규제가 생기거나 달라질 것으로 예상돼 이러한 논의의 진행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하나은행 김병호 부행장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인위적인 양적 성장은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시장 성장률만큼의 성장세는 유지할 것이며 틈새시장을 공략한 상품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액은 월 1천억원 수준에서 최근에는 700억~800억 원 수준으로 내려왔고 내년 하반기에는 300억 원~400억 원대 수준까지 떨어져 은행 순이익 역시 예년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M&A..해외진출 경영 이슈될 듯
내년에는 M&A와 해외진출이 은행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잇따라 인수, 덩치를 키워온 신한은행은 내년에는 해외 소매시장 개척에 눈을 돌린다는 전략이다.

국내 소매시장의 경우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이 올해 아시아계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현지법인 형태로 영업을 성공적으로 개시, 자신감을 얻었다.

신한은행 임보혁 전략기획부장은 "해외 M&A 경우 화학적 통합이 비교적 쉬우며 고객 기반도 중복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교포가 있는 지역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이머징 국가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푸르덴셜증권을 포함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 M&A를 추진 중이다.

최근 KB금융지주 회장 대행을 맡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적극적인 M&A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 쪽보다는 비은행 부문의 M&A에 더 관심이 있다"면서 "해외쪽으로는 이미 카자흐스탄과 캄보디아에 진출한 만큼 당분간 더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중국 길림은행 진출을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동북 3성 중심의 중국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과거 추진하다가 중단한 런던, 모스크바, 두바이 등 해외거점 지역의 지점 설립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차원에서는 외환은행이나 우리금융 지분 인수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