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에 대한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를 받았다.

미국의 금융전문지 글로벌파이낸셜이 31명의 중앙은행 총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이 총재는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다른 6명과 함께 'A'등급을 받았다. 'A'등급을 받은 또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은 △클렌 스티븐(호주) △스탠리 피셔(이스라엘) △펑화이난(대만) △제티 악타르 아지즈(말레이시아) △즈데넥 튜마(체코) 등이다.

반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C'를 받는 데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C-'보다는 등급이 올랐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과 마틴 레드라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 등도 'C'였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B'를, 스베인 예드렘 노르웨이 중앙은행 총재와 세르게이 이그나티예프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가장 낮은 'C-'등급을 받았다. 이 총재는 극심한 금융위기 상황에서 금융과 외환시장을 신속하게 정상화한 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글로벌파이낸셜은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43%나 급락하고 수출이 34% 위축되는 등 한국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 중 하나였지만 한은이 외화 유동성 공급과 공개시장 조작을 통한 통화 공급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해 시장이 빠르게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 예금과 대출금리에 적절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작년에는 'B'등급을 받았다.

이에 비해 버냉키 의장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세계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낸 점은 인정받았지만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데다 단기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푼 것이 장기적으로도 올바른 판단이었는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파이낸셜은 1994년부터 매년 30개국 중앙은행 및 ECB 총재를 대상으로 △인플레이션 통제 △경제성장률 목표 △환율 안정 △금리 관리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밖에 △정치적 압력을 얼마나 잘 견뎠는지 △정부의 재정 지출 견제와 금융시장 개방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등의 주관적인 요소도 고려한다. 올해는 특히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상황을 맞아 중앙은행이 취한 위기 극복 조치가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뒀는지를 감안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