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5년,10년 뒤를 내다본 공격적인 신수종사업 발굴을 내년도 핵심 경영전략으로 채택했다. 어떤 경영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건실한 경영구조를 마련할 것을 전 계열사에 지시했다.

삼성은 내년도 사업계획 작성을 앞두고 △원 · 달러 환율 1100원 △금리 6.4%(3년 만기 회사채 기준) △배럴당 유가 84달러 △경제성장률 2.3% 등의 기준 지표들을 제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2010 경영 가이드라인'을 전 계열사에 전달했다고 28일 밝혔다.

삼성이 적극적인 신사업 발굴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기존 주력사업들이 대부분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바이오 태양전지 로봇 등 신사업 분야의 성장 로드맵을 조기에 구축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나름대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미래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또 다른 '준비경영'이 필요하다는 게 그룹 내부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 계열사 중에는 SDI의 자동차용 배터리사업 정도를 빼놓고는 이렇다 할 만한 신사업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전자의 바이오시밀러사업과 테크윈이 진행하고 있는 로봇사업,전기의 소재사업 등은 아직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신수종사업의 매출 기준을 연간 10조원 정도로 잡고 있어 단기간에 이만한 규모의 사업을 발굴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삼성은 이에 따라 시장상황에 맞춰 연관 사업 영역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인수 · 합병(M&A)전략도 탄력적으로 펼쳐나갈 것을 계열사들에 주문했다. M&A 전략과 관련해선 그룹 내 계열사나 사업부 간 통합도 신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또 올해 그룹 차원에서 사상 최고실적을 내더라도 내년에도 '건실 경영'의 기조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 경기가 반짝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만큼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사업계획 작성시 작용하는 원 · 달러 기준 환율을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치(1130원)보다 낮은 1100원으로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환율이 당초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상황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짜라는 의미다. 삼성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들은 1000원대까지 하락할 것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은 내년에 위기경영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기회를 모색하는 '투 트랙(two track)'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재와 기술만 준비하고 있으면 겁날 것이 없다"던 과거 이건희 전 회장의 '준비경영'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관측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