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공정경쟁법을 보호무역 수단의 하나로 활용해왔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압박을 더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기업들의 카르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과 과징금 부과 수준을 높이고 EU와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들도 마찬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신흥국들도 반(反)경쟁적인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자국으로 투자나 수출을 늘리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아지자 독점과 담합 폐해를 내세워 이들의 활동을 적절한 선에서 제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 중에서도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등이 적극적이다.



중국 정부가 독점 폐해를 내세워 코카콜라의 후이위안 인수를 무산시킨 것도 그런 사례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월 코카콜라가 외국 기업으로선 사상 최대인 24억달러를 투자,음료업체인 후이위안을 사들이려는 거래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반독점법을 적용해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한국기업들이 미국 EU 등 선진국 시장의 공정경쟁법에만 신경 쓰느라 신흥국들의 경쟁법 강화 움직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브릭스 국가 및 개도국들이 공통적으로 국제카르텔 등에 대한 경쟁법의 역외적용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지식이나 정보는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중동 지역에는 경쟁법 자체가 없어 한국 건설회사들이 다른 곳에 비해 편하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지만 이들 국가도 최근 경쟁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지금부터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신흥국에서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미국과 EU 등 선진국도 유사한 행위에 더 강력한 처벌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1998~2000년 글로벌 제약업체들에 비타민 가격 담합건으로 총 8억9950만달러의 과징금을 매기자 뒤이어 EU와 캐나다가 각각 8억5400만유로,9000만캐나다달러 규모의 벌금을 때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마린호스 담합건의 경우는 일본이 2008년 238만엔의 과징금을 매겼고 미국(2008년)과 EU(2009년)도 뒤이어 650만달러와 1억3150만유로를 각각 물렸다. 항공화물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2007~2009년 17억5370만달러를,호주는 2008~2009년 총 4100만호주달러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EU는 현재 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다음 달 중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정경쟁법 관련 포럼을 열 계획이다.

박신영/이미아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