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채권은행.기업 전방위 압박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기업에 대해 기존 대출금의 회수를 경고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는 경기 회복을 틈 타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버티면 살아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또 일부 은행은 당장의 손실을 우려해 기업 부실 정리에 소극적인 것으로 금융당국의 점검에서 나타났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7일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대기업그룹을 포함해 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못 내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고 회수하는 것은 물론 신규 대출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이 경기 회복에 기대어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일부는 계열사를 비싼 가격에 팔려고만 하고 시간을 끄는 등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무구조 개선 대상인 9개 그룹 가운데 동부그룹의 동부메탈 매각과 금호아시아그룹의 금호생명 매각 작업 등이 진통을 겪는 것을 예로 들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C등급(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선정된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22개 대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10월 중순까지 경영정상화 약정(MOU)을 맺도록 할 예정이다.

또 지난 7월 중소기업 1차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으로 분류된 77곳은 10월 말까지 MOU를 체결해야 한다.

이때까지 특별한 사유 없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MOU 체결을 꺼리는 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여신 회수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MOU를 맺은 곳은 대기업 5곳(다른 3곳은 워크아웃 졸업), 중소기업 30여곳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8월 말에 채권은행들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 현황을 점검해 일부 은행이 구조조정 기업 선별 과정에서 일부 기업을 세부평가에서 제외하거나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을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분류한 사례를 적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은행을 추가로 조사해 신용위험평가를 다시 하도록 요구하고 부실한 구조조정이 향후 은행 손실로 이어지면 문책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확대한 중소기업 대출 보증을 축소할 방침인데다 최근 대기업에 대한 검찰.국세청의 조사가 구조조정을 압박하려는 뜻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구조조정이 얼마나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일부 은행은 거래 기업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며 "구조조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은행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윤선희 조재영 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