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전용차선 대신 아우디 전용차선, 벤츠 전용 주차장, 외제차 우선 통행…"

이는 금융위기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다시 시작, 다시 여정 잡기(Restart, Rerouting)'을 주제로 이번 주 열린 전시회에 소개된 한 작품.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번 ARC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은 금융위기를 맞은 오늘의 헝가리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표현하되 관람객이 보면서 미소를 짓거나 웃음을 터뜨릴 수 있도록 유머와 위트로 가볍게 터치됐다.

헝가리 금융위기가 한풀 꺾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아우디 전용차선, 벤츠 전용 주차장, 고급 외제차 우선 통행 등의 아이디어로 표현한 작품은 금융위기 결과로 비롯된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를 비꼬았다.

또 '화염병'을 제목으로 한 작품은 헝가리 국민이 지금 화염병을 내던지고 싶은 심정이라고 적기도 했다.

금융위기의 가장 큰 고통은 역시 실업사태. 한 작품은 신문 만평 형식으로 한 주택단지의 풍경을 코믹하게 그렸다.

"개 산책시키러 갈 시간있어요" "아침에 친구랑 맥주 마실 수 있어요" "오늘 아무도 나를 구속 못해요" 등의 말풍선이 창가들마다 들려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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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안내 도로표지판에 유럽으로 가는 길을 '돌아가시오'로 표시한 작품도 있다.

금융위기가 유럽연합(EU)에의 완전한 통합이라는 목표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느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권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에 금융위기가 초래됐다는 정치권을 겨냥한 화살도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작품은 헝가리 정치권을 4명의 피노키오로 그리며 유명 의류 상표를 모방, '유나이티드 컬러 오브 의회'라고 꼬집었다.

또 폭력 시위가 빈발하는 사회와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은 시위대가 손에 든 흉기와 경찰관이 손에 든 최루탄 총을 배드민턴 라켓으로 바꾸는 위트로 표현됐다.

이밖에 할머니가 헤어진 헝가리 국기를 바느질하는 작품은 1990년대 후반 중. 동유럽 선두 주자라는 자존심이 상처받았다는 비애와 이를 다시 복원하려는 욕망의 표현인 듯 싶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