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당초 계획의 4배에 가까운 4조원을 LCD(액정표시장치) 관련 첨단소재 부문에 투자키로 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LCD용 유리기판과 LED(발광 다이오드) 후면광원 등 첨단소재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LCD 부문 글로벌 1위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에서다. LG는 투자가 마무리되면 부품과 패널,완제품에 이르는 그룹내 LCD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화학과 이노텍이 만드는 LCD 핵심부품과 소재를 활용,디스플레이가 패널을 생산하고 이를 다시 전자가 완제품 LCD TV와 모니터로 만드는 방식이다.

◆확 바뀐 월롱산단 포트폴리오

LG 첨단소재단지가 들어서는 월롱산업단지의 포트폴리오는 당초 계획과 큰 차이가 있다. LG는 지난해 3월 경기도시공사와 파주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전자(21만9600㎡),화학(18만㎡),이노텍(8만1500㎡),마이크론(9만5800㎡ · 최근 이노텍으로 합병) 등 4개업체가 입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계획도 △전자 7000억원 △마이크론 5300억원 △화학 3300억원 △이노텍 2700억원 등으로 다 합쳐도 2조원에 못미쳤다. 이번에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은 전자를 제외한 화학과 이노텍의 투자규모만 따지면 1조1300억원에 불과했다.

◆유리기판과 LED에 승부수

LG가 화학과 이노텍의 투자액을 지난해 계획보다 4배 가까이 늘린 것은 LCD 산업의 질서가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 LCD 패널 가격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유리기판의 공급부족 현상이 한층 심해졌다. 자체적으로 유리기판을 만들지 못할 경우 LCD 사업 전체가 흔들릴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LG가 아사히글라스,삼성코닝정밀유리 등으로부터 공급받아왔던 유리기판을 자체 생산하기로 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키로 한 배경이다.

LG화학 관계자는 "LCD용 유리기판 사업을 편광판,2차전지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며 "2018년 유리기판으로만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LED 후면광판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전력을 적게 먹고 화질이 또렷한 LED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노텍의 기존 생산능력만으로는 수요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새로운 생산라인을 짓기로 한 것이다. 2012년 파주 공장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이노텍의 LED 제품 생산량은 지금의 4배 수준까지 늘어난다.

이노텍 관계자는 "2012년 이후에는 LED 제품으로 연간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LED 부문 선두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 위한 산업단지도 가동 시작

그룹 주력회사인 LG전자도 금명간 월롱산단 투자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전자의 투자 금액을 합하면 LG의 월롱산단 전체 투자액이 최대 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 관계자는 "LED TV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조립라인을 세울 예정"이라며 "언제쯤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갈 것인지는 시장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디스플레이 부문 국내외 협력업체를 위한 문산산업단지내 선유 · 당동지구도 최근 부지 조성공사를 마쳤다. 대아산업,진양 등 23개 디스플레이 협력업체가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