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 살림의 '밑천'이라 할 수 있는 세금수입 목표치가 나왔다. 지난해 대대적인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내년 세금수입이 소폭 줄어들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 덕분에 전체 조세수입 규모는 올해보다 6조5000억원 늘어날 것이란 게 정부 전망이다.

◆양도세 늘고 법인세는 감소

정부가 추정한 내년 총 국세수입(중앙정부가 걷는 국세와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지방소비세 합계) 규모는 171조1000억원.우리 경제가 내년에 4% 성장하리란 전제로 계산해 나온 수치다. 올해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총국세와 비교하면 6조5000억원 많은 규모다.

정부는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이 많아질 것이란 점을 꼽았다. 지난해 법인세 · 양도세 · 소득세 등의 세율을 낮추는 감세정책으로 내년 세금은 13조2000억원이 줄어들지만 고소득층 및 기업에 대한 증세(7조7000억원)와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대(12조원)로 약 20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목별로는 내년에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양도소득세가 8조9000억원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보다 1조6000억원 많은 규모다. 근로소득세도 올해보다 8000억원 많은 14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내년 근로자 임금이 5%가량 늘어나고 일자리가 약 15만개 늘어날 것이란 점에서다.

또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부가가치세도 올해보다 2조4000억원 증가한 48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반면 기업과 자영업자가 내는 세금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기업이 내는 법인세의 경우 올해보다 7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법인세율 인하로 거둬들일 세금이 줄어드는 데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못해 내년에 내는 법인세가 감소할 것이란 점에서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도 경기침체 영향으로 2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1인당 세(稅)부담액 역대 최고

내년 국세 규모가 올해보다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세 부담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심이다.

정부는 먼저 세 부담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조세부담률'의 경우 올해 20.5%에서 내년 20.1%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조세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조세부담률은 1999년 18.1%에서 2000년 18.8%,지난해 20.8%로 계속 높아지다가 2년 연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조세부담률(26.8%)이나 영국(30.3%),미국(21.3%)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이후에는 경기회복으로 세금수입이 늘면서 조세부담률은 2013년 20.8%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총조세를 전체인구 수로 나눠 계산하는 금액)의 경우 올해 추정치(434만원)보다 19만원 많은 453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1인당 조세부담액은 2007년 423만원에서 지난해 438만원으로 올랐다가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올해는 434만원으로 낮아졌다. 내년 1인당 조세부담액이 오르는 이유는 분모에 해당하는 인구 수는 올해보다 0.3% 증가하는 반면 분자에 해당하는 총조세는 4.5%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총조세에는 개인이 아닌 회사가 내는 법인세,관세 등이 포함돼 있어 실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