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상여금은 본봉 대비 100~200%씩 지급했던 3~4년 전처럼 두둑하게는 주지 못하더라도 직원들이 '따뜻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게 지난 설보다는 많이 챙겨줄 생각입니다. "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에 있는 전자부품 전문업체 Y사의 공장에서 22일 만난 박모 대표는 "분기 평균 약 30억원 선을 기록했던 매출이 지난해 말부터 올 2분기까지 20억원 아래로 뚝 떨어졌다가 3분기 들어 다시 예년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지난 설에는 하도 사정이 나빠 직원들에게 30만원씩만 줘서 미안했는데 이번 추석에는 별도의 추석 상여금을 줄 계획이라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의 52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추석자금 수요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해보다 올해 중소기업들의 추석자금 사정이 다소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추석자금 사정이 나쁘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8.1%로 지난해보다 8.7%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자금 사정이 원활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약 13.2%로 나타나 지난해보다 5.9%포인트 높아졌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한 기업(65.6%)도 올해는 상여금 평균 지급액을 기본급의 66.7%로 잡아 64.3% 수준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늘어났다. 추석 휴무기간도 3일 53.5%,4일 33.5%로, 많은 중소기업이 일감부족 등으로 최대 1주일까지 쉬었던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최근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반월 · 시화 · 남동공단의 추석경기도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밀려드는 일감으로 추석 당일에도 공장 가동을 계획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공단 분위기가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한 관계자는 "많은 입주기업 대표들은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렇지만 미약하나마 경기상승세를 피부로 느낄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휴대폰 부품 전문업체 U사는 올 상반기 매출이 예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는 바람에 올초부터 넉 달간 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할 정도로 경영 사정이 빠듯했다. 그렇지만 하반기 들어 유럽과 일본 지역 주문이 예년에 비해 30%가량 늘면서 지난 7월부터 월급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정도로 사정이 나아졌고 최근 들어서는 내수도 예년 수준으로 늘어나 한숨을 돌린 상태다.

이 회사 서모 대표는 "최근 대당 30만원 이상의 고가 휴대폰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내수가 다시 살아나 큰 위기를 넘겼다"며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경영 사정이 전체적으로 호전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 추석 상여금을 본봉의 50% 정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산에 있는 건설장비 전문업체 S사의 김모 전무는 "지난해 국내 건설경기가 거의 죽다시피해 내수 물량이 30~40%가량 감소했지만 올 들어 수출이 확대되면서 다행히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라며 "해외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해 올해 수출액도 지난해 수준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석 연휴에 공장을 정상 가동하는 중소기업 직원들도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인천 남동공단의 반도체 부품업체 N사의 생산직 직원 최모씨는 "연휴가 짧은 데다 올해 말까지 납품해야 할 물량이 쌓여 있어 추석 당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며 "고향에는 갈수가 없어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올 추석은 혹시나 회사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던 지난해 추석이나 올해 설보다 마음만은 훨씬 편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회사가 상여금도 지급할 예정이어서 직원들 모두가 즐거워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박해철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이번 추석 소요 자금이 업체당 평균 2억5400만원으로 지난해 추석에 비해 약 5500만원 줄어들어 아직까지 경제 침체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며 "현장에서 일고 있는 최근의 경기 회복 분위기가 꺾이지 않도록 중소기업 현장을 면밀히 검토해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산 · 인천=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