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관련 산업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생각을 바꾸니 기회가 보이더군요. "

선박블록 전문기업 디에스중공업의 김성길 대표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발주기업의 편의를 고려해 도장작업까지 마친 대형블록을 공급하면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달 말까지 5개월째 철야로 2교대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남 영암에 있는 디에스중공업이 올초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조선사 등에서 수주한 물량은 약 600억원어치로 지난해 이 회사가 올린 매출의 3배에 가깝다. 올 들어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가 끊기다시피하고 조선사들에 선박블록이나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들의 평균 수주량도 최소 1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이 같은 급성장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대표는 "경쟁 회사들이 개당 수십t짜리 소형블록에 주력하는 것과는 반대로 과감한 시설투자 속에 조선사의 입맛에 맞는 개당 무게가 최소 700~800t씩 나가는 대형블록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경쟁력은 대형블록을 만들 수 있는 대형 공장에 있다. 선박블록은 선체의 조각으로 한 척의 배를 만들려면 최소 30개가 넘는 블록을 이어붙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에스중공업은 2년 전 약 600억원을 들여 약 13만2000㎡의 부지에 공장을 세웠다. 회사에는 선박블록을 만드는 길이 100m,너비 50m짜리 공장 2동과 길이 50m,너비 45m짜리 도장공장이 있다.

블록제작동에서는 통상 30개 이상의 토막으로 분리돼 납품되는 대형상선 및 유조선용 블록을 최대 6개로 줄일 수 있는 대형블록을 만들고 있다. 대형조선소에서의 조립과정을 대폭 줄여 준 이른바 '역발상'이 대량 수주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조선사들의 마무리작업을 줄여 줄 수 있는 대형블록을 만들기 위해 소형 조선소로 운영해도 될 규모의 큰 공장을 세운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블록 4개를 이어붙이면 배 한 척이 될 수 있는 초대형 블록도 생산해 납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납기지연의 원인이 되던 도장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옥내 작업이 가능토록 도장공장을 지은 것도 힘을 보탰다. 보통 지금까지의 도장공정은 환기와 도장 건조 등의 이유로 실외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비가 오거나 날씨가 안 좋으면 작업을 못하기 일쑤였다. 디에스중공업은 약 140억원을 들여 지난해 환기시설과 건조장비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도장공장을 세웠다. 김 대표는 "비가와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납기가 10% 이상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기술력도 한몫 했다. 디에스중공업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턴 오버 크레인'은 블록 철판 용접시 블록을 들어올린 뒤 공중에서 뒤집을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이 크레인에는 3개의 후크가 있어 양쪽에서 용접대상 블록을 들어올려 나머지 후크로 철판을 뒤집어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다.

디에스중공업은 2007년 설립돼 현대삼호중공업,STX조선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00억원.김 대표는 "세계 최고의 조선부품회사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