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동양생명을 비롯해 SK C&C 포스코건설 등 10년 만에 대어급 공모 기업들이 한꺼번에 기업공개(IPO)에 나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시중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있어 초대형 공모주로 10조원 이상의 많은 시중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공룡 공모주들은 코스닥 대박 공모주에 비해 기대 수익률은 낮지만 공모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달해 비교적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상반기에는 유례없는 공모주 열풍이 불었지만 청약 경쟁률이 너무 높아 공모주 급등에도 큰 수익을 거둔 투자자가 많지 않았다.

다만 증시 강세가 이어지면서 공모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있어 공모 대어들의 투자 매력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투자 매력 높은 대어급 공모 줄줄이

진로가 상장을 다음 달로 연기하면서 동양생명이 대어급 중에서 가장 먼저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오는 29~30일 일반 청약을 받아 다음 달 8일부터 거래 예정인 동양생명은 생명보험사로는 처음 상장하는 사례여서 주목받고 있다. 동양생명은 생보사 6위권으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성장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투자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회사는 IPO를 통해 올해 1000억원대 순이익과 1조원대 자기자본 달성으로 생보사 '빅4'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공모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이 들어와 지급여력비율이 260% 이상으로 개선돼 활발한 영업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모가는 주당 1만7000~2만2000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장외 가격은 이보다 높은 2만3000원 안팎이다.

하이트그룹 계열사인 진로는 재상장 과정에서 '비싼 공모가' 논란이 있었지만 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다음 달로 연기함에 따라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진로는 당초 이달 20~21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받기로 했지만 이에 앞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실시한 결과 가격이 4만6000원 안팎에 그쳐 회사 측 희망 가격인 5만4000~6만원에 크게 못 미치자 일정을 3주가량 연기했다. 진로는 희망 공모가를 4만5000~5만원으로 16.6% 낮추고 다음 달 8~9일 청약을 실시해 19일 상장할 예정이다.

부동의 1위 소주업체인 진로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꾸준히 내고 있다. 진로는 상장 이후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이영진 진로 부사장은 "매년 진로 이익의 50%를 배당하고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차등 배당을 할 계획"이라며 "잉여자금이 있거나 남으면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은 "확고한 시장 점유율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감안할 때 공모가가 4만원대에 결정되면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대기업 계열사와 '공기업 3인방'에도 관심 집중

10월 공모 청약을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포스코건설과 SK C&C는 각각 공모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공모주다. IPO 역사상 공모 규모(국내 기준)가 1조원을 넘은 기업은 1989년 한국전력(1조2731억원)이 유일했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더 ?t'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매출 4조5173억원에 순이익 161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198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시공능력평가 6위에 오른 우량 건설사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공모는 최대주주인 포스코가 보유 지분 2728만주(89.53%) 가운데 473만주를 구주 매출로 매각하는 동시에 신주 425만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희망 공모가격은 10만~11만원을 제시한 상태다. 장외 시장 시세는 11만5000원 내외다.

SK C&C는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로 최태원 회장(44.5%)이 최대주주다. 이 회사는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 위해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보유한 2250만주(45%)의 구주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공모가는 4만~5만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를 5만원으로 잡으면 총 공모 규모는 1조1250억원으로 다음 달 초 청약하는 포스코건설(최대 9886억원)을 웃돈다.

이 밖에 한국전력기술 한국지역난방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 등 공기업 3인방도 내달 각각 1000억원대의 공모 청약에 나선다. 20~21일 한국전력기술에 이어 21~22일에는 지역난방공사가 청약에 나선다.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이고 있으며,이번 공모로 민영화가 이뤄지면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