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1년 가량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일반 직원들은 대부분의 고위 임원과 달리 실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6일 전했다.

뉴스위크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의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지탄의 대상이 된 고위 임원과 금융 전문가 들은 도이치뱅크나 JP모건, 바클레이스 등으로 옮겨 일하고 있는 반면 비서직이나 경영기획 직원들은 실업자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일반 직원들이 파산 사태의 실질적인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리먼 직원 1만2천500명 가량이 인수자인 바클레이스와 노무라홀딩스로 전직했으나 일반 직원들은 대부분 채용 승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리먼 브러더스에서 비서직으로 6년간 일했던 스테이시 코벨(42)은 리먼에 재직하기 이전에도 금융이나 출판업 계통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나 아직도 새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코벨은 리먼 브러더스에서 연봉 7만5천달러를 받으며 뉴욕 월가의 전형적인 직장인으로 살아 왔지만 지금은 퇴직 수당이 거의 바닥났고 신용카드는 한도에 이르렀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할인점에서 화장품을 사다가 2-3달러 가량 올려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서 팔기도 했다.

코벨은 "리먼 브러더스의 지원 부서에서 일하던 일반직 직원들이 파산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일반직 직원들은 조직 계통상 가장 밑바닥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전직 비서 직원들은 재직 당시 중요한 회의 스케줄을 짜고 고위 임원들의 출장 일정을 챙기며 보스들과 친분을 맺어 왔지만 파산 이후 그 누구도 측근 비서들을 챙겨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 대해 전직 직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금융 위기가 다소 진정세를 보이면서 무모한 투자 관행 등이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