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중국이 외환보유액을 불필요하게 계속 늘려가는 것은 세계경제에 좋지 않다.”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외환보유액 축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중국인들이 달러를 사들이기보다 물건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써야 세계 경기가 빨리 회복된다는 이유에서다.중국이 미 국채 등으로 구성된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려는 대한 견제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제·금융부문 관련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계속 축적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 외환보유액만 쌓고 있다”며 “(세금으로) 외환을 사서 쌓아두기만 하는 것은 내국인에 대한 추가적인 세금 징수나 다름 없는 행동”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금도 아시아에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히 많으며,성장이 예상되는 이머징 마켓에서 그렇게 많은 외환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지난 4월 처음으로 2조달러를 넘었다.이 중 38% 가량이 미 국채다.그는 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달러표시) 외환보유액 증가 때문에 작년 리먼브라더스 부도 사태 이후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불균형 심화를 우려했다.

유럽 경제가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그는 “V자형 회복은 아니지만 경기가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하지만 유가 등 불안 요소가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그동안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해 불황으로 인한 소비여력 감소를 보완하는 완충장치가 돼 줬다”고 표현했다.“앞으로 다시 유가가 상승할 경우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면서 불황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향후 몇년간 유럽 전역의 물가상승률이 평균 1%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유가상승으로 오일쇼크가 오면 현재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아울러 △일부 은행의 신용도 하락 △글로벌 불균형 △실업률 △저출산·고령화 추세 등도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EU 27개국 중앙은행 총재로 구성돼 내년 출범하는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가 금융위기 이후 유럽 경제체제 구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ESRB는 ECB가 확장된 모델로 유럽 금융·경제 전반을 감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출신인 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 경제정치연구소장도 15일 중국증권보와의 인터뷰에서 “외환보유액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위 소장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매년 3000억달러씩 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의 수익과 안전성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따라 맹목적인 무역흑자 확대를 중단하고 해외투자와 개도국에 대한 해외원조 등을 늘리식으로 외환보유액 증가를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뤼셀(벨기에)=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