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유가 현상은 환율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며,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지난 2분기 정유부문 영업손실액이 1천250억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떨어졌는데도 올해 국내에서 고유가 현상이 나타난 것은 환율 급등에 유류세 환원, 원유관세 인상 등의 요인이 가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두바이유는 배럴당 103.6달러, 국제 휘발유 값은 배럴당 117.9달러였고, 이때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천698원이었다.

올해 8월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71.4달러, 국제 휘발유 값은 배럴당 80.2달러여서 지난해 4월 대비 각각 31.1%, 32.0% 감소했지만, 주유소 판매 보통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670.7원이어서 1.6% 감소했을 뿐이다.

이처럼 지난 1년여간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국내 소비자 가격이 낮아지지 않은 것은 같은 기간 환율이 25.6%, 유류세가 9.3%, 원유 관세가 2%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월 ℓ당 776.2원이던 정유사 세전 공급가가 올해 8월 ℓ당 703.6원(잠정)으로 9.4% 감소한 점을 감안할 때 정유사들이 일방적으로 기름값을 올렸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석유협회 측은 밝혔다.

석유협회 측은 국내 소비자가 인상요인으로 올해 들어 정부의 유류세 10% 인하조치가 종료돼 휘발유 값이 ℓ당 약 83원 인상됐고, 올해 3월부터 원유 관세가 2%포인트 인상되면서 휘발유 값이 ℓ당 약 11원 인상된 점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석유제품 내수가가 수출가보다 높은 이유는 수출시 원유도입 정부부과금 환급(약 28원/ℓ)외에도 수출시 운임 및 보험료를 수입 측이 부담하는 것과 달리 내수 공급시 수송비와 저유비 등이 ℓ당 약 35~40원 발생하는 점, 황함량 10ppm 경유의 경우 품질차이로 내수가가 수출가보다 ℓ당 21원 정도 높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오 회장은 "세계 경기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한데다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3월 이후 높은 수익을 내온 복합정제마진마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며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지난 2분기 정유부문 영업손실이 1천25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자 가격에서 원유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여서 국제원유가격이 크게 내렸다고 해서 소비자 가격이 그만큼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유가 현상은 환율 상승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는 만큼 유가인하 효과를 보려면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생활물가 안정대책의 하나로 석유제품의 유통단계별 세부 가격을 공개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 5월부터 정유사별 공급가를 공개한 이후 회사간 가격차가 줄어드는 등 일부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가격 인하 효과는 아직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오 회장은 "유통단계별 가격 공개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뿐 아니라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면서 "소비자물가 안정이라는 정책의 합목적성이 있더라도 수단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함께 고려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진하길 업계는 희망한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