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근무하는 안재현 과장(35 · 가명)은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25평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로 했다. '보험사의 대출이 은행권보다 낫다'는 신문기사를 본 그는 가까운 D생명의 고객센터를 찾아가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았다.

안 과장은 놀랐다. 통상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가장 낮은 줄 알았는데 보험사가 제시하는 금리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 보험권에선 3년 고정형의 경우 연 6% 내외에서,3개월 변동형은 연 5%대 중반 수준에서 빌릴 수 있다. 은행권의 변동형 금리는 현재 연 5% 중후반 수준이다. 은행들이 까다롭게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적용도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안 과장과 같이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험권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은행 대출이 정부의 각종 규제로 까다로워진 데다 최근 은행권 변동금리 상품의 기초인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가 상승하면 금리 걱정이 늘어난 탓이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출 문의가 늘어나고 있어 수요 증가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 우려되면…

안 과장이 찾은 D생명의 융자 담당 직원은 연동금리형,혼합금리형 등 두 가지 대출상품을 소개했다.

연동금리형은 매달 CD 금리에 연동돼 금리가 조정되는 상품이다. 9월16일 현재 연동금리형(직전월 평균 CD 금리+3.8%포인트)의 기준 금리는 연 6.07%이다. 그러나 안 과장이 부담해야 할 금리는 연 5.97%로 계산됐다. D생명에 종신보험을 가입해 매달 30만원 이상 보험료를 내고 있어 0.2%포인트를 할인받을 수 있었다. 또 신용등급에 따라 0.1%를 추가적으로 할인받아 총 0.3%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년간 고정금리를 받는 혼합금리형 대출 상품은 국고채에 가산금리를 붙여 금리가 결정된다. 혼합금리형(국고채3년+2.6%포인트)은 최초 3년간 금리가 고정되며 4년차부터는 직전월 '국고채금리+2.6%포인트'의 금리가 매달 변동된다. 9월16일 현재 기준금리는 연 7.01%다. 그러나 안 과장은 역시 0.3%포인트의 할인 혜택을 받아 연 6.71%의 이율로 대출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을 대출받으면 연동금리형의 월 이자는 49만원,혼합금리형은 56만원으로 7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안 과장은 3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금리형 상품을 선택했다. 한동안 지속된 초저금리 기조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보험권 대출은 규제 거의 없어

보험권의 대출은 알고보면 은행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이 장기인 만큼 자산 운용도 장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고정금리 상품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3년 고정금리 상품의 경우 대출금리를 3년물 은행채 금리에 연동시키는 은행과 달리 3년물 · 5년물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공시이율 등 다양한 금리를 함께 반영한다.

이 때문에 보험권의 3년 고정금리 대출은 평균 대출금리가 현재 연 6%대 초 · 중반으로 은행권보다 낮다. 또 보험사들은 정부 규제를 은행보다 덜 받는다. LTV 규제는 대부분 보험사가 지역과 상관없이 집값의 60% 수준을 적용한다. 수도권 지역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은행보다 LTV 10%포인트만큼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DTI의 경우 보험사들은 거의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고정금리 상품의 대표적 상품인 보금자리론(주택금융공사)과 비교하면 보금자리론은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인 국민주택 규모를 우선 지원하는 등 대출 자격이 까다로운 반면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규모에 제한이 없다.

◆생보사별 주요 대출상품

삼성생명의 모기지론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감정가 대비 최대 60%까지 대출해준다. 대출금리는 9월 기준으로 CD 연동형(CD 91일물 전일자 금리 연동해 3개월마다 변동)은 연 5.07~7.07%,3년 국고채 연동형(국고채 3년물 지급일 직전 1개월 평균금리 연동해 3년마다 변동)은 연 5.77~7.77%를 받는다. 1년 국고채 연동형은 3년형보다 저렴한 연 5.37~7.37%이다. 최장 30년까지 분할상환할 수 있으며 대출금의 50%를 일시 상환해도 조기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대한생명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홈드림 모기지론'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수시로 대출금을 빌리고 갚을 수 있다. 9월 현재 혼합금리형의 금리는 연 6.01~7.21%이며 연동금리형은 연 5.27~6.47%다. 대출기간은 15년,20년,30년이다.

교보생명의 '교보프라임하이브리드모기지론Ⅱ'는 최초 3년간은 3년 만기 국고채를 기준으로 고정금리를 적용하고,이후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9월 현재 고객의 신용도와 LTV,보험 거래실적에 따라 연 5.69~7.09%가 적용된다.

연봉 5000만원의 40세 직장인이 6억원 아파트를 담보로 할 경우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만 20세 이상으로 시 지역의 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를 갖고 있거나 구입을 앞두고 있으면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 한도는 10억 원 이내로,감정가의 최고 60%(투기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40%)까지다. 대출기간은 10년 이상 30년까지 연 단위로 선택할 수 있고 대출을 받은 후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상환이 가능하다.

손해보험사들도 비슷하다. LIG손보의 3년 고정금리형 상품의 금리는 연 6.0~6.3% 수준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