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은행마다 정기예금 금리를 0.3~0.5%포인트 가까이 올리고 일부 은행은 고금리 특판예금을 내놓으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금리 상승기를 앞두고 빠져 나가려는 고객을 붙잡고 새 고객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시중은행 예금은 1년 만기 기준으로 최고 연 4% 중반이다. 저축은행 등은 최고 연 5% 초반을 제시하고 있다. 고금리라고 말하기엔 민망한 수준이지만 올해 초 연 3%대에 머물던 금리를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은 상승이다. 예금은 은행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만큼 원금 보장이야 당연하지만 중도 해지할 경우 약정된 고금리의 매력이 없어지므로 장기 상품 가입 시 숙고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7월 말 연 3.9%던 키위정기예금 1년제 최고 금리를 최근 연 4.5%로 0.6%포인트 올렸다. 8월 초 금리를 0.1%포인트 올린 데 이어 같은 달 17일 0.1%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등 지난달 들어서만 세 차례 금리를 올렸다.

우리은행은 또 최대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자전거 정기예금을 최근 선보였다. 1년 만기 상품으로 300만원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연 3.7%지만 우대금리까지 포함하면 최대 연 4.0%까지 가능하다. 우대금리는 자전거를 이용하겠다는 서약을 하거나 승용차 요일제에 가입하면 받을 수 있다. LIG손해보험과 제휴해 자전거를 타다 다치면 보상해주는 자전거상해보험에도 무료로 들어 준다.

국민은행도 국민수퍼정기예금 1년제 최고금리를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0.3%포인트 올렸다. 이 상품의 최고 금리는 지난 5월 말 연 3.35%에 불과했지만 이후 0.55%포인트 오르며 연 4%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한은행의 민트 정기예금도 1년 만기 영업점장 전결 금리를 연 4.2%로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토지보상금이나 공탁금 등 거액을 일시에 받는 고객들을 위한 '프리미엄 토지보상(공탁금) 정기예금'을 내놓고 뭉칫돈 잡기에 나섰다.

지난 5월 연 3.25%에 불과했던 외환은행 '예스 큰기쁨 예금' 최고 금리는 현재 연 4.1%까지 상승했다. 기업은행 역시 일자리나눔통장 금리를 0.6%포인트 올렸다. 수협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최고 연 4.5% 금리를 주는 '그린플러스예금'을 3000억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은행권으로서는 파격적인 연 5%대의 금리를 내세워 장기예금인 '프리스타일 정기예금'을 특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출시 후 일주일 만에 1000억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2년 만기는 연 5.0%,3년 만기는 연 5.5%의 금리가 지급된다.

저축은행도 고금리 특판 대열에 합류했다. W저축은행은 이달 18일까지 최고 연 6.0%의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을 특별 판매한다. 18개월 이상은 연 5.4%,24개월 이상은 연 5.6%,30개월 이상은 연 6.0%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시중금리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 정기예금도 당분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 오름세는 이제 막 시작인 만큼 다소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시중은행 상품개발 담당자는 "기준금리가 변동되지 않는 한 예금금리가 급박하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 은행도 예금금리 인상이 시작인 만큼 보다 좋은 조건의 상품이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