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기준금리가 일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금융완화 상태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연중 깜짝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고용 부진 등을 고려해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집값잡기용 깜짝 금리인상 주목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자세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기준금리가 일부 인상되더라도 그 상태가 여전히 완화 상태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조를 바꾸지 않더라도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의 발언처럼 `현재 상태가 금융완화 정도가 상당히 강한 수준'이라면 금리를 소폭 인상하더라도 금융완화 기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단기간내 금리를 인상한다면 주요 목적은 부동산 가격 안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금융완화 기조의 폐단이 어느 부분에서 크게 나타나고 확산된다면 정책기조를 재고해볼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실물경기와 국제경제 환경, 물가, 국제수지 등을 고려할 때 금융완화 기조가 맞지만 자산가격 쪽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음달에 바로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가 "소득과 관련한 지침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효과를 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조치들이 효과를 더 내 주택시장의 불안감이 완화되기를 기대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DTI 규제에도 집값 급등세가 지속된다면 연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의 발언 이후 시장금리가 급등세를 나타내는 점도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장외채권시장에서 오후 2시30분 현재 국고채 3년물은 4.44%로 전날보다 0.15%포인트 급등했으며 5년물은 4.94%로 0.14%포인트 오른 채 거래되고 있다.

◇기준금리 연내 인상되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부동산은 금리로 해결하면 안 된다는 공식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어느 정도 깨졌다"며 "정부 규제가 효과를 거두지 못해 집값이 거시경제를 교란시킬 정도로 급등하면 금리를 연중 소폭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이 총재의 강력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이 총재가 금리 인상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효과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격 시행된 DTI가 주택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파악하려면 적어도 내년 초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애널리스트는 "수도권 전역으로 DTI를 강화한 게 이달 초였다"며 "실제로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보려면 4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금융경제실장도 "정부도 부동산 가격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규제 효과를 따져보고 나서 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정치적인 부담과 여론 악화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와 시장에서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이 나오는 마당에 한은이 독자적인 길을 걷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의 대출자들에 가해질 이자 압박도 마찬가지다.

우리증권 박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의 발언은 주택가격 상승심리를 억제하려는 경고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홍정규 기자 harrison@yna.co.kr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