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사회, 집행이사 기능 논의 주목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9일 금융위원회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안타깝다는 뜻을 내비침에 따라 재심 청구나 행정 소송 등 당국과의 일전을 벌일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황 회장이 징계 이후로도 현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상 유례없는 중징계를 받은 만큼 조직 장악력 약화로 인수.합병(M&A) 전략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이사회에서 집행이사 기능의 손상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데다 예금보험공사의 추가 징계가 예정돼 있어 안팎으로부터 퇴진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당국과 일전 예상…입지 위축 불가피
황 회장이 거취에 대한 태도 표명을 자제한 채 "주장이 수용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금융위의 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재심 청구 등 불복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달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재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바로 행정 소송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의 징계 이후로도 황 회장이 법적으로 KB금융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은행 경영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만큼 조직 장악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나 생명보험사, 외환은행 인수 등 M&A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M&A는 기업설명회(IR) 등 최고경영자의 대외 활동과 신속한 의사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조원을 목표로 했던 증자 규모가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 절반으로 삭감된 것처럼 KB금융 내부의 견제가 심해질 수도 있다.

◇이사회 주목…퇴진 압력 세질 듯
KB금융 이사회는 황 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이사회는 조만간 황 회장이 집행이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집행이사 기능이 중대한 손상을 입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심각한 레임덕(권력누수)에 시달릴 수도 있다.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금융위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사외이사들과 비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황 회장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고 다른 이사들과도 의견을 나눠본 뒤 이사회 소집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황 회장에게 우리은행 전, 현직 행장들보다 두 단계 높은 징계를 내린 점이 사실상 퇴진 요구로 인식되고 있어 안팎으로부터 자진 사퇴 압력에 시달릴 수도 있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4일 징계심의위원회의 결정 이후 황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황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또는 해임 상당의 중징계를 내리고 손해배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황 회장에게는 큰 짐이 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