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펴낸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는 우리 경제가 지금 같은 추세라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V'자형의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일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곳곳에 나와 있다.

KDI는 우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2.3%에서 -0.7%로 대폭 높였다. 연초 국내외 기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4.0%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9개월 사이에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분기별 성장률(전기 대비)도 3분기 1.4%에 이어 4분기 0.7%로 내다봤다.

KDI는 이같이 전망을 바꾼 이유로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수출 감소폭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분기 -10.6%였던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2분기 -3.9%로 감소폭이 줄어들었고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초 200억달러 안팎으로 내다봤던 올해 경상수지는 원자재 가격 안정세 속에서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3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KDI는 대내적으로도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생산과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산업생산(전년 동기 대비)이 지난 7월 0.7% 증가로 플러스 전환을 이룬 데 이어 서비스업 생산도 플러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움츠러들었던 민간소비도 정책당국의 저금리 정책과 물가안정 등에 힘입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다만 설비투자와 고용 등 일부 지표의 개선 정도는 미약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16%로 예상했던 올해 설비투자 증감률을 -10%로 조정했지만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KDI는 향후 거시정책 기조와 관련해서는 "작년 하반기 이후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크고 신속하게 나타났다"며 "앞으로의 거시정책은 지금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부 정책과제로는 △위기 극복을 위해 도입한 한시적 재정 투입 조치를 종료하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에 대비한 적절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되 단계적 출구 전략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