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비ㆍ교육비 등 증가…가계부담 늘어

올해 들어 식료품은 물론 의료와 교육 지출액도 급증하면서 서민들의 살림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의료와 교육비 지출은 경기 둔화에도 줄이기 어려운 것이어서 서민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로 소득이 감소하면 서민들이 식사나 교육, 의료를 제외한 다른 소비 지출을 급격히 줄이면서 내수 기반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공공요금 인하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의료.보건 지출액 급증
8일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중 의료.보건 지출액은 17조3천84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0% 급증했다.

증가폭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액의 증가율 9.1%를 웃돌았고 가계의 명목 소비지출액 증가율 2.0%에 비해서는 무려 5배에 달했다.

의료.보건 지출액은 2000년 상반기 6조522억원이었지만 9년 새 2.9배 급증했다.

가구당 지출액은 2000년 상반기 42만원이었지만 올 상반기 103만원으로 급증하면서 100만원을 돌파했다.

교육 지출액은 19조9천38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0% 증가하면서 20조원에 육박했다.

2000년 상반기 8조2천441억원에 비해 2.4배 증가했다.

가구당 지출액은 2000년 상반기 57만원에서 2006년 101만원을 기록하면서 100만원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는 118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음식.숙박 지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2.9% 상승한 22조4천129억원을 기록했다.

가구당 지출액은 132만원으로 2000년 상반기보다 42만원 증가했다.

반면, 교통 지출액은 29조2천16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4%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교통 지출액이 줄어든 것은 2004년 이후 5년 만이다.

가구당 지출액은 173만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만원 줄었지만 다른 부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컸다.

통신 지출액은 12조506억원으로 2.4% 줄어들면서 3년 만에 감소했으며 주류.담배 지출액은 6조7천131억원으로 1.1% 감소하면서 2000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 급증세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 비중이 2006년 상반기(26.5%) → 2007년 상반기(27.6%) → 2008년 상반기(30.7%) → 2009년 상반기(31.7%)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료품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제조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 조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소비자물가가 올해 상반기에 작년 동기대비 무려 10.7% 뛰었다.

교육비도 비교적 강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줄어들지 않는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소득층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지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수지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는 지난 2분기 교육비 지출이 7.1% 증가했다.

게다가 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은 가운데 대학 등록금도 연간 7~8%씩 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도 식료품, 의료, 교육 등 비내구재 가운데 필수적인 소비요소들은 좀처럼 소비를 줄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직성 지출, 내수 활성화 가로막아
식료품비, 의료비, 교육비 등은 공공요금과 함께 대표적인 `경직성' 소비지출 항목이다.

호.불황에 따라 지출 규모를 유연하게 조절하기 힘든 필수적 소비품목이라는 뜻에서다.

특히 올해 상반기와 같은 불황기의 경우 경직성 소비지출이 늘어날수록 다른 소비지출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경기가 나빠 소득 수준은 거의 정체된 가운데 식사를 준비하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자녀를 교육하는 데 쓰는 돈이 늘어나면 오락, 여행, 통신 등 다른 소비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국민의 소비지출 구조가 다양해지지 못해 다른 부분에서 소비가 부진해지고, 결국 내수 활성화가 한계에 부딪혀 소비 부문의 성장동력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경직성 소비지출이 다른 부문의 소비지출을 줄이지 않도록 하려면 근본적으로 경기를 활성화해 소득 여건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경기 활성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정부에서 이미 경기 활성화 대책을 많이 내놓은 상황이고, 특별소비세와 등록세 인하 등 세제 지원도 했기 때문에 더 내놓을 미시적 정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서민들이 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의 이중 압력을 피할 수 있도록 정부가 통제 가능한 부분에서는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윤정 최현석 홍정규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