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지만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의 청년 실업률은 더 치솟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예측으론 2009년 선진국의 청년층(25세 미만) 실업률은 16~18.7%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실업률인 7.7~9.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비교 가능한 1991년 이후 최악 수준이다.

청년층의 고용사정이 특히 나쁜 곳은 유럽이다. 기업들이 근속연수가 짧은 종업원을 해고하는 경향이 강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청년층 실업자는 500만명을 넘었다.

EU 통계국에 따르면 7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청년층 실업률은 19.7%로 올라갔다.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전체 실업률(9.5%)의 두 배를 웃도는 것이다. 에스토니아에선 청년 실업률이 38.4%를 넘었고 스웨덴(27.3%),헝가리(25.8%),아일랜드(25.5%),벨기에(21.6%) 등도 청년 실업이 높다.

미국에서도 청년층 실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7월 현재 20~24세의 실업률은 15.3%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4.9%포인트 뛴 것으로,전체 실업률이 3.6%포인트 상승한 데 비해 악화 속도가 빨랐다. 8월 전체 실업률(9.7%)을 훨씬 추월하고 있다. 특히 8월 16~19세의 10대 구직자 중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164만명에 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0대 실업률은 194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25.5%로 치솟았다. 8월 전체 실업률의 3배에 가까운 것이다.

앤드루 섬 노스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실업률이 높아지면 10대 청소년들의 구직난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며 "상당 기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7월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5.7%에 달한 일본에서도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9.9%였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도 7월 8.5%로 전년 같은 달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청년층 실업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경제위기 이후 각국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동결하거나 축소했기 때문이다.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적은 청년층은 구조조정 대상이 돼 상당수 퇴출되기도 했다.

특히 계절 요인이 강한 관광 레저 분야에서 임시직 등을 고용하지 않으면서 10대 구직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청년 일자리가 많은 파견사원 등 비정규직의 고용 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다. 스위스의 근로자 파견회사인 아데코그룹은 세계 파견 근로자 수가 50만명 수준으로 1년 전에 비해 약 20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화되자 각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한 현실이다. 미 의회는 지난 2월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면서 10대들의 구직난을 덜어주기 위해 12억달러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했다. 또 정부는 여름방학 중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약 12만5000명에게 공원과 도로 청소나 보육시설 잡무 등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제공했다.

프랑스는 2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총 13억유로(약 2조3000억원) 규모의 긴급대책을 마련,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는 1년 이상 실업 상태인 청년층에게 고용과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EU도 회원국들에 2010년 말까지 약 500만명의 직업연수생이나 실습생을 만들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도록 요청했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