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로 소득은 줄어들거나 변화가 없는데, 빚은 늘어나면서 가계가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 대비 6월말 가계신용의 배율은 1.39배로 작년 같은 시기의 1.32배에 비해 0.07포인트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계가 빚을 갚을 능력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계 소득이 충분히 늘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리상승..채무 상환능력 악화 불가피

경제위기 여파로 가계의 소득이 늘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명목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502조79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01조2천95억원보다 0.2%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에 나섰지만 크게 줄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용 악화와 집 값 상승으로 인해 생활비와 주택 구입을 위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연구위원은 "DTI 카드는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주택담보대출은 위험가중치가 다른 대출보다 낮은데, 한시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은 급속히 악화될 수 밖에 없다.

한은은 다음달부터는 기준금리 인상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상황에 따라서는 빠르면 연말안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7월 연 5.58%로 전월보다 0.11%포인트 오르면서 작년 10월 이후 9개월만에 상승 반전했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은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가계의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도 "고용이 불안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당분간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 외부충격 발생하면 가계파산 우려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가 아직 '뇌관'에 머물러 있지만 일시에 터져버릴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개인이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충격이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원리금을 감당할 수 없는 개인은 신용불량이나 파산으로 몰리게 된다.

그 결과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소비 침체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경제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지난 7월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63%로 전월 말보다 0.04%포인트 상승했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44%로 0.01%포인트 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빚을 상환할 때에는 저축을 줄이든지, 소비를 줄이든지, 적자라면 추가 차입을 하든지, 그것도 안되면 가계파산을 하든지 등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면서 "1차적으로 소비를 줄이면 내수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상환능력이 더욱 악화된다.

정영식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은 지금도 적자이므로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아예 대출을 상환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가계파산, 신용불량이 증가하고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업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득을 확대하는 방안을 근원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소득 기반을 확충해야 하는데, 소득이란 결국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라고 밝혔다.

유병규 본부장은 "근본적으로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야 가계 신용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감세 정책, 추가경정예산 확대 집행,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