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는 하나 · SC제일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비씨카드 지분 30.68%를 1944억원에 인수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보고펀드는 우리은행(27.65%)을 제치고 비씨카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보고펀드가 국내 은행들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펀드이고 사업계획상 금융업보다는 카드 프로세싱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재우 보고펀드 공동대표는 "비씨카드의 의사결정 과정과 집행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해외 선진업체의 성공사례를 적극 도입해 기업가치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계획과 관련,보고펀드 관계자는 "카드 프로세싱 업무와 카드 전표 매입서비스에 집중하는 일종의 '테크놀로지 컴퍼니'를 지향할 것"이라며 "자체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전문계 카드회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경영진 구성과 관련,이 대표는 "금융위 승인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실제로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지분 매입가격은 주당 14만4000원으로 액면가(1만원)의 14.4배였다. 비씨카드 지분 16.8% 가운데 1%를 남기고 15.8%(69만6520주)를 매각한 하나은행은 1003억원을,14.8% 전량(65만3400주)을 판 SC제일은행은 940억원을 받았다.

보고펀드가 비씨카드 인수를 처음 타진했던 2006년에는 주당 6만원대가 논의됐던만큼 3년여 만에 2배 이상으로 가격이 높아졌다.

보고펀드는 조만간 우리 · 신한은행 등에 보유지분을 인수하고 싶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하면 지분율이 57%가 넘어 명실상부한 지배권을 획득할 수 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씨카드 지분 매각 문제는 우리은행이 카드사업부문을 분사할지 말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카드사업부문을 분사할 생각이 없어 지분 매각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난항을 예고했다.

비씨카드는 1982년 5개 시중은행이 카드사업 진출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11개 은행이 99%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총자산이 1조8110억원에 달했고 회원 수는 3900만명,가맹점 수는 250만개다.

김인식/이태훈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