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지난해 금융위기때 아시아 거부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어큐뮬레이터(accumulator)’란 주식관련 파생상품이 ‘컴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씨티그룹 UBS HSBC 등의 프라이빗 웰스매니저들이 부유층 고객들에게 다시 ‘어큐뮬레이터’를 팔기 시작했다며 이는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 성향이 얼마나 빨리 되살아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어큐뮬레이터’란 투자자가 정해진 가격(통상 가입 당시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식을 매입토록 한 구조화 상품으로 주가가 오르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떨어진 상태로 계약이 만료되면 기간내 하락분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대개는 주가가 올라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조기 종료되는 조건을 갖고 있다.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한 구조다.

‘어큐뮬레이터’는 원래 유럽에서 다른 기업체의 주식 보유를 점진적으로 늘리려는 기업을 위한 금융상품으로 개발됐으나 몇년전부터 투자은행 파생상품 데스크들이 개인고객용 상품으로 바꿔 아시아지역 PB 등을 통해 부유층에게만 ‘독점적으로’ 판매해왔다.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로 큰 손실이 발생하자 금융사를 상대로 한 상품 가입자들의 소송이 이어졌다.홍콩의 한 고객은 UBS가 지난 2007년과 2008년 위탁받은 자신의 계좌로 ‘어큐뮬레이터’에 투자해 258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며 UBS를 고소했다.또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고객 동의없이 어큐뮬레이터에 투자한 전 골드만삭스 프라이빗 뱅커에게 2년간 금융자문 활동을 금지시켰다.

금융가에선 올들어 홍콩에서 이뤄진 ‘어큐뮬레이터’의 계약 규모가 50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지난해 4월 230억달러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은 계약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금융당국 관계자들은 특정 계층만을 겨냥해 전반적인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금융상품들의 경우 투자자 스스로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