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돌아왔다. 최근 수십년간 수세에 몰렸던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규모의 경'를 무기로 기업경영 전선의 최전방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8월29일자)에서 "1990년대 시대에 뒤처진 기업모델로 평가받으며 잇따라 사라지고 축소되던 대기업들이 돌아오고 있다"며 "씨티그룹이나 제너럴모터스(GM) 같은 대기업들이 경제위기를 맞아 '망하기엔 너무나 크다'는 점이 분명해지자 정부가 지원을 결정하는 등 결과적으로 경제위기가 대기업 부활의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미처 살길을 찾지 못한 중소기업들을 휩쓸어버렸고,알짜 벤처기업들의 젖줄인 벤처캐피털마저 몰락시키면서 지난 1년간의 위기가 대기업의 경쟁력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대기업들도 과거 수십년 전의 모습과 달리 저마다 장점을 선보이며 규모의 경제의 강점을 극대화,'컴백'을 앞당겼다.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대만 해도 팬암이 사라지고 IBM이 인력의 4분의 1인 12만2000명을 해고했으며,인원 637명인 야후가 2만3000명을 보유한 보잉과 시가총액이 같을 때 모두들 대기업의 시대는 끝났다고 판단했다"며"1974년부터 1998년 사이 미국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36%에서 17%로 줄었지만 이제 다시 균형추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동맥경화에 걸린 공룡처럼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처가 늦어 경쟁력을 상실한 데다 기업사냥꾼들의 공세와 소액주주운동의 타깃으로 전락했던 대기업들에 대한 시각이 최근 급속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화려한 부활에 시동을 걸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로는 바로 큰 덩치가 꼽혔다. 경제위기라는 외부 요인을 버텨낼 수 있는 '맷집'이 중소기업,벤처기업들보다 강했다는 분석이다. 또 주요 대기업들이 단순히 덩치만 큰 것이 아니라 경영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예를 들어 시스코는 비디오 테크놀로지를 활용,직원들과 소통을 좋게 만들었으며 IBM은 1만5000명이 참여하는 전사적인 대규모 브레인 스토밍을 실시,거대 관료조직의 정체 현상을 극복했다. 또 변화에 둔감하리란 일반의 예상과 달리 디즈니가 픽사의 '창조적 마법'을 소화시켰듯이 벤처기업의 장점을 체질화했다.

이 같은 대기업의 컴백 현상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작은 것이 언제나 아름다운 게 아니듯 큰 것도 언제나 흉한 것은 아니다"면서 "가장 성공적인 경제 시스템은 큰 기업과 작은 기업들이 서로 조화를 이룬 자생적이고 다양한 경제환경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