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그램 UBS 부회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근원적인 힘이 손상돼 내년까지 강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램 부회장은 미국 상원 금융위원장과 지난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경제고문을 지냈다.

▼리먼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미국 경제는 회복하고 있으며 올 3분기와 4분기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다. 더블 딥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10~20% 정도로 낮을 것이다. 2010년에도 경제 성장이 예상되지만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최근 12개월간 정부가 편 정책(과다한 확장 정책)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으며 경제의 근원적인 힘이 손상됐다. 연방정부의 대규모 적자,세금 인상과 과잉 규제 등이 2010년과 2011년의 성장을 제한할 것이다. "

▼올 들어 미국 대형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됐는데.

"대부분 대형 은행들은 위기 이후 부실자산을 대규모로 상각했다. 이 때문에 수익이 나빠졌다. 자산을 시장가치 수준에서 상각했지만 시장이 나아지면서 은행들이 예상보다 빨리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형 은행들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촉발됐지만 아마도 대형 은행이 회복을 이끌 것이다. "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구분해서 본다면 어떤가.

"금융회사들의 손실은 주로 주택대출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에서 발생했다. 투자은행들은 이 같은 모기지 관련 자산을 이미 상각처리했다. 하지만 상업은행들은 소비자 신용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소비자 신용 하락은 경기 침체에 수반되는 것인데 경기 침체의 여파를 상업은행들이 더 많이 받는다는 얘기다. "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FRB가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다양한 정책을 갖고 있다. 다만 이를 적절한 시점에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적절한 시점이란 경제가 회복되었다는 확신이 들기 직전일 것이기 때문이다. "

▼FRB의 권한을 확대하는 감독시스템 개편 방안은 어떻게 보나.

"FRB는 이미 구조적 리스크 규제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법으로 규정해 놓는다고 해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경기 침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열한 번째 침체다. 이번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규제 강화 등)들은 과거 열 번에 비해 비난받을 소지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

특별취재팀:뉴욕=박준동/런던=정종태/프랑크푸르트=송종현 기자

이익원 뉴욕/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