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랜트업계가 '제2 중동대첩'을 벌인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만 약 80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건설 계약을 따낸 데 이어,올 가을 다시 100억달러 규모의 '수주 대박'을 예약하고 나섰다.

◆현대중 26억달러 수주 유력…목표 상향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쿠웨이트발 '수주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사비야 가스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최저가 입찰 대상자로 선정됐다. 수주액은 26억달러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아직 발주처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지 않은 상태"라며 "최종 수주 확정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가스공사인 ADGAS로부터 총 공사금액 10억달러에 이르는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사우디 등에서 비슷한 규모의 플랜트 건설 입찰 2~3건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선박,엔진,건설장비 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플랜트가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례적으로 연간 수주 목표도 상향 조정했다. 중동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겨냥,해외 플랜트 부문 수주 목표를 당초 28억달러에서 배에 가까운 50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삼성엔지니어링 40억달러 '대박' 도전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UAE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ADNOC)이 발주한 정유 · 석유화학 및 가스 플랜트 건설 입찰에 참여했다. 수주액이 30억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공사다. 사우디에서도 10억달러 이상의 정유 플랜트 건설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유력한 수주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올 가을 중동에서만 40억달러 안팎의 물량 수주를 자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중동에서 연간 목표치의 70%인 45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해외 플랜트 공사를 확보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에 맞춰 중장기 사업계획을 손질하고 있다. 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2015년까지 연간 250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달성한다는 내부 비전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인력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올해 플랜트 수주 500억달러 돌파할 듯

두산중공업도 중동에서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사우디 전력회사가 발주한 18억달러 규모의 쿠라야 복합화력발전소 최종 입찰에서 최저가 입찰 대상자로 선정돼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림산업 현대건설 SK건설 GS건설 등 주요 건설업체들도 다시 대형 수주전에 나섰다. 사우디 정부가 정제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얀부와 라스타누라에 각각 40만배럴 이상(약 120억달러 규모)의 정제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플랜트업계는 올해 해외 플랜트 수주액이 당초 계획보다 10%가량 증가한 총 500억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자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보류돼온 중동 프로젝트들이 다시 가동되면서 대형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플랜트업계의 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수주 행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