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2차전지에 이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분리막(LiBS) 시장에서 맞붙고 있다.

2차전지 적용 분야가 휴대폰 노트북 등 소형 디지털기기에서 하이브리드카 · 전기자동차로 넓어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분리막 시장을 놓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기술장벽이 높은 분리막은 일본 아사히화성과 도넨,SK에너지 등 5~6개 업체만이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독과점 시장이어서 2차전지 수요가 증가할수록 분리막 제조회사들의 수익도 커지는 구조다. 한 · 일 분리막 업체들은 잇따라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산요 삼성SDI LG화학 소니 등 주요 2차전지 업체에 분리막 공급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뛰는 한국,초조한 일본

세계 2차전지 분리막 시장은 연간 1억㎡의 생산규모를 갖고 있는 일본 아사히화성이 4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어 도넨 30%,셀가드(미국) 15%,SK에너지 12% 순이다. 업계에선 올해 세계 시장규모를 5000여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6일 기준으로 분리막 국제 거래가격은 1㎡당 평균 2달러 중반대.1㎡의 분리막으로 휴대폰 배터리 16개를 만들 수 있다. 2000년대 초까지 세계 분리막 시장은 일본 기업들의 독무대였지만 2004년 SK에너지가 세계 세 번째로 분리막 개발에 성공하면서 한 · 일간 경쟁이 점화됐다. SK에너지 관계자는 "LG화학 등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시장점유율도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특허 침해를 운운하는 등 일본 업체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이 최대 격전지

양국 기업간 시장 경쟁은 한국 시장에서도 격화하고 있다. 세계 2,3위(올 상반기 기준)의 2차전지 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이 있는 한국은 일본과 함께 가장 큰 분리막 시장 중 한 곳이다. 한국 시장 규모는 전 세계의 30%인 연간 150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 시장에선 아사히화성이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SK에너지와 도넨이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나눠 갖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3개 업체의 분리막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각 업체들은 설비 증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도넨은 3억달러를 투자해 한국 구미공단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10월 완공하는 이 공장의 생산규모를 비밀에 부칠 정도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SK에너지도 공장 증설로 맞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완공한 3호 생산라인을 합쳐 연간 8400만㎡의 생산규모를 갖췄다. 공사 중인 4 · 5호 라인이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연간 생산규모는 세계 1위인 아사히화성과 맞먹는 1억㎡까지 늘어나게 된다.

국내 중소기업인 씨에스텍도 분리막 자체 개발에 성공,다음 달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내년까지 생산규모를 연간 1500만㎡까지 늘려 한국은 물론 중국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경쟁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막 시장을 둘러싼 한 · 일 기업간 치열한 경쟁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분리막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2차전지 업체들의 수요를 얼마나 잘 맞춰줄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분리막=2차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전극간 전기적 접촉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2차전지 제조원가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리튬이온 2차전지 분리막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입자 크기의 미세한 구멍들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이 양 · 음극을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시킨다. 휴대폰의 배터리 수명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전해질 잔유물로 분리막 구멍이 하나둘씩 막혀 전기발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