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수인 훙뉴(紅牛)의 옌빈 사장은 이달 초 자가용 비행기를 몰고 한국 제주도를 찾았다.

베이징 최고의 골프클럽인 화빈 골프장의 소유주이기도 한 그는 친구 12명을 초청해 제주도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 뒤 다음 날 돌아왔다.

이탈리아 축구팀 인터밀란 선수들과 저녁약속이 있어 하루 더 머물자는 친구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개최 1주년을 기념해 8000만위안(약 150억원)을 행사비용으로 기부했고,이 중 일부가 인터밀란 선수들의 초청비용으로 사용됐다.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리포트는 중국의 갑부들이 변하고 있다고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단순히 돈 많은 부자에서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는 귀족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후룬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갑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지리적으로 멀지 않아 자가용 비행기로 쉽게 갈 수 있고,중국에서 받기 힘든 서비스와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 한 해에 몇 번씩 도쿄에 들르는 갑부들도 많다.

또 이들은 피아노교습에 연간 5만위안(약 450만원)을 쓰는 등 예술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손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 시가가 들려 있었으나 요즘엔 중국 경제일보 등 경제신문이 쥐어져 있다.

갑부 아내들은 100만위안(1억9000만원) 상당의 '벤츠 R500'을 즐겨 탄다. 루이비통 등 대중화된 명품보다는 최고급 수제품을 더 선호한다. 베이징에서 비싸기로 손꼽히는 곳으로 장안지에의 LG 쌍둥이빌딩에 위치한 고급식당 란 클럽은 갑부의 아내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중국 갑부들은 연간 평균 570만위안(11억원) 정도를 쓴다. 대개 새 차를 구입하거나 도자기 및 옥가공품 등을 수집하는 데 사용한다. 집은 3채 정도를 보유하는데 인기가 있는 곳은 베이징의 경우 2400만위안(44억원)가량인 베이징 교외 별장 쯔위산장과 1200만위안 안팎의 허우하이(後海) 부근 사합원(四合院 · 중국식 전통가옥)이다.

후룬리포트는 "과거 부를 과시하는 부자들이 많았지만,이젠 부를 즐기고 또 기부하는 부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