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등세를 타면서 은행들의 웃음은 커지지만 대출자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CD 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형 대출 금리가 덩달아 올라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늘어날 전망인 반면 신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최고 금리는 각각 6%와 10%에 육박하면서 서민의 이자부담은 한층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CD 금리가 당분간 상승세를 타고 내달 초 2.6%대까지는 무난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당분간 서민의 대출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CD금리 반년만에 연 2.5%…은행 이자수익↑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 짜리 CD 금리는 지난 21일 2.51%로 지난 5일의 2.41%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2.5%대 진입은 2월 25일 이후 반년 만이다.

CD 금리는 지난 4월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2.41%를 유지해오다 지난 13일 2.45%로 뛰어오른 뒤 21일 2.51%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0.10%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런 상승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은행들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고자 잇따라 CD를 발행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1년 미만의 정기예금이 만기 도래해 자금이 이탈하자 은행들이 자금 조달과 수익 확대를 위해 2%대의 저비용으로 CD를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이 금융위기가 터진 작년 9월에는 정기예금의 금리를 7%대까지 올려 시중자금을 끌어들였지만 올해는 금리가 급락해 예금금리를 올려 고객을 잡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각종 금리가 1% 오르고 은행이 대출·수신 금리를 똑같이 올린다고 가정하면 은행들의 마진은 평균 20bp(0.20%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이라며 "최근 CD 발행이 늘어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이자수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CD 금리가 2.6%대까지는 무난히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 신동준 채권분석팀장은 "지난 7월 금통위 이후 3개월 은행채 금리는 0.25%포인트 오른 반면 CD 금리는 0.10%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며 "CD 금리는 앞으로 2주간 2.6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의 최 연구원은 "다만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CD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CD 금리는 2.6%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 주택대출 5.8% 넘고 신용대출 10% 육박
이처럼 CD 금리가 상승하면서 CD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이번 주초 우리은행의 신규 대출자용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00~5.82%로 지난주 초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인 CD 금리는 2.51%이지만 가산금리가 최고 3.31%포인트나 붙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신규 대출자용 주택대출 금리는 이번 주 5.01~5.71%로 지난주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의 경우 4.01~5.51%로 0.04%포인트 높아졌다.

신한은행은 지난주보다 0.05%포인트 오른 3.00~5.70%이지만 대부분 대출은 4%대 중반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는 최고치가 10%에 근접하고 있어 담보가 없는 서민들은 더 큰 부담에 직면했다.

이번 주 하나은행의 신용대출인 스마트론의 금리는 7.11~9.52%로 지난주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직장인 우대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7일 5.60~8.55%에서 24일 5.65~8.60%로 1주일간 0.05%포인트 상승했다.

아파트 분양을 받은 실수요자들이 단체로 받는 신용대출인 집단대출 금리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의 집단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 6월 4.68%로 1월의 5.14%보다 0.46%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신규 분양된 서울 한강변 아파트의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는 5.65%로 6월 평균치보다 1%포인트 정도 높다.

이에 따라 이달 평균 집단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월부터 오름세인 중소기업 대출금리도 CD 금리에 연동돼 상승이 불가피하다.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중 3개월 변동금리형 대출의 비중은 약 45%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중기대출 평균금리는 6월 5.56%로 두 달 새 0.18%포인트 올랐다.

◇ 대출자들 '비명'…"당국 안정조치 필요"
최근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대출받은 서민들은 작년 대출자들에 비해 대출금리가 최고 3%포인트 가량 높아져 대출금리 상승에 애를 태우고 있다.

특별한 우대혜택이 없는 서민이 이번 주 우리은행에서 2억 원을 대출받은 경우 앞으로 1년간 금리가 그대로라고 가정할 때 연간 대출이자는 1천164만 원에 달한다.

올해 2월 이전에 최저 금리로 빌린 고객에 비해 이자 부담이 배 수준이다.

또 CD 금리가 낮을 때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가산금리가 3%포인트 수준에 빌렸기 때문에 CD 금리가 오를수록 더 큰 이자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출받은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최근 금리 상승은 정상적인 실물 경제 상황을 반영하기보다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대출자들과 이전 대출자들간 이자액의 차이가 과도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당국이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최현석 기자 indigo@yna.co.krfusionjc@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