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세계경제가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은 2분기에 연율 기준 평균 1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선 독일과 프랑스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며 청신호를 켰다.


◆"아시아 신흥국 놀라운 반등"

아시아에선 홍콩과 싱가포르의 2분기 성장률이 급반등하며 지난해 2분기 이후 지속되던 마이너스 성장 행진을 마감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홍콩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의 예상치(1.2%)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홍콩 경제는 지난해 2분기(-0.1%)부터 위축되기 시작해 지난 1분기엔 성장률이 -4.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빠르게 살아나자 홍콩 경제도 수출이 늘면서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중국의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작년 4분기(6.8%)와 올 1분기(6.1%)에 다소 주춤했지만 2분기엔 7.9%로 다시 높아졌다.

싱가포르의 성장률도 지난 1분기 -12.2%에서 2분기 20.7%로 괄목할 만큼 반등했다. 제약과 전자업종 생산 증가가 성장에 기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6.4%까지 떨어지며 극심한 침체에 시달렸던 싱가포르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5일 '아시아의 놀라운 반등'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아시아 신흥국들이 날카로운 'V자형'을 보이며 세계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싱가포르뿐 아니라 중국(전기 대비 연율기준 15%)과 한국(9.5%) 인도네시아(5%) 등이 견조한 성장률을 보인 덕에 아시아 신흥국의 2분기 성장률은 평균 10% 이상을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신흥국의 공격적인 재정 · 통화 부양책이 내수회복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가계빚 부담이 크지 않아 정부의 감세와 현금지급 정책 등이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성장률은 3분기 이후 둔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아시아 신흥국의 올해 성장률을 5.6%,내년 성장률을 8.6%로 상향 조정했으며 중국의 경우 올해와 내년에 각각 9.4%와 11.9%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 미국 경제도 회복세 뚜렷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제도 되살아나고 있다. 유럽에선 독일과 프랑스가 2분기에 각각 1.3%와 1.4%의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기준)을 보였다. 유럽의 1,2위 경제대국이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아직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유럽 경제도 조만간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에 -9.7%까지 떨어졌던 유로존의 성장률은 2분기에 -0.4%로 하락률이 크게 줄었다. 뉴욕타임스는 독일과 프랑스가 2분기에 양호한 성장률을 보인 것은 '중고차 보상판매' 등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과 아시아의 빠른 경기회복 덕분이라고 전했다. 독일 GDP의 약 50%를 차지하는 수출은 6월에 전달보다 7% 늘었다. 제임스 애슐리 바클레이즈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전체로도 3분기엔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도 혼수상태에서 벗어나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1.0%로 1분기(-6.4%)보다 대폭 개선됐다. 경기전망 · 분석기관인 블루칩이코노믹인디네이터(BCEI) 조사에선 전문가의 90%가 3분기에 침체가 끝날 것이라고 답했다. 1분기 성장률이 전후 최악인 -15.2%까지 떨어졌던 일본도 수출과 생산 소비가 기지개를 켜면서 2분기엔 바닥을 탈피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은 17일 발표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회복세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막대한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부은 덕에 경제가 일시적으로 되살아나고는 있지만 높은 실업률과 소비위축,수출부진 등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성장세가 빠른 아시아 국가들에선 급증하는 정부 부채와 자산거품이 경기회복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완/조귀동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