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SEC)가 호주 리오틴토의 중국 내 뇌물수수 연루 사건에 대한 조사 준비에 착수했다. '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13일 전한 내용이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따른 것으로 리오틴토가 나스닥에도 상장돼 있어 이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부패 척결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태국 아프리카 등 개도국들도 뇌물수수 근절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적 악화에 직면한 일부 기업들이 뇌물을 통한 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각국 정부가 부패 척결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1977년 FCPA를 제정한 미국은 최근 그 대상을 할리우드 연예산업으로 확대했다. 태국 관광 관리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제작자 제럴드 그린과 그의 아내 패트리샤를 FCPA 위반 혐의로 재판장에 세웠다. 제럴드 그린 부부는 방콕 국제영화제 개최 계약을 따내려고 현지 관리들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고 있는 그린의 재판은 할리우드 연예산업이 FCPA에 따라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 첫번째 사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제약 에너지업체에 이어 할리우드가 법무부 부패방지 관리들의 대상물이 됐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미 정부가 1977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선거자금을 조사하기 위해 제정한 FCPA는 해외 진출 미국 기업(미 증시 상장 외국기업도 포함)이 해당국 정부 관료나 국영기업 임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대가로 사업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다. 제공 금지 항목에는 현금뿐 아니라 선물,식사 대접 등도 포함된다.

미 정부의 부패방지 활동 강화로 FCPA 재판은 2003년 3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17건으로 늘었다. 미 법무부는 유럽 최대 석유회사 로열더치셸 등을 비롯해 적어도 120여개 기업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독일 지멘스가 세계 각국 정부 관리들에게 10억달러의 뇌물을 준 혐의로 미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지멘스는 8억달러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영국도 최근 직원들의 부패 책임을 기업들에도 부과하는 새로운 부패방지법안을 상정하는 등 부패척결에 나서고 있다.

개도국 역시 마찬가지다. 태국은 최근 부정부패를 목격한 그 누구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새 부패방지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부패방지법은 부패 관행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부패 행위 적발률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풍부한 자원덕에 다국적 기업들의 구애를 받고 있는 아프리카도 부패척결에 힘쓰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현지에 맞는 뇌물수수 방지 매뉴얼을 만들어 아프리카 국가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