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대일 경상수지 적자가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들여오는 부품과 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수출을 하면 할수록 일본에 대한 의존도는 커지고, 적자는 늘어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품은 우리가 들이고 실리는 일본 기업이 챙겨가는 악순환을 벗어나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부품 의존도 높고 경쟁력은 낮아

대일 적자가 지속되는 것은 일본산 부품소재를 들여다 국내에서 가공해 제품을 만든 뒤 제3국에 내다 파는 수출산업의 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2~2008년 대일 부품.소재 수입 증가요인 중 67%는 해외수요, 즉 수출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작년 부품.소재산업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액은 209억4천만 달러로 전체 대일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에 달하고 있다.

부품소재산업의 대일 무역적자액은 2001년 104억8천만 달러에서 2006년 155억6천만 달러, 2007년 186억8천만 달러로 급증한 데 이어 2008년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엔 환율의 상승은 부품.소재 수입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무역적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의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한국 상품 수요가 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에 대한 일본의 소득탄력성, 즉 일본의 소득이 늘어나는 데 따른 한국산 상품의 수요 증가 정도는 0.84∼0.92에 불과했지만, 대일 수입의 우리나라 소득탄력성은 1.91~2.71로 배를 웃돌았다.

이는 양국의 소득이 똑같이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의 소득증가에 따른 일본 상품 수입증가 효과가 일본의 소득증가에 따른 우리나라 상품 수출증가 효과보다 크다는 뜻이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소득증가율(경제성장률)이 일본의 소득증가율보다 높은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성장에 따른 대일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계속 웃돌아 무역적자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쟁력 차이도 대일 무역 역조의 배경이 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세계경쟁력연감 2009'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종합 국가경쟁력은 57개 국가 및 지역 경제 가운데 27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종합 국가 경쟁력 순위는 2005년 27위에서 2006년 32위로 떨어진 뒤 2007년 29위로 올랐지만 2008년에는 31위로 밀리는 등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일본은 17위로 우리나라보다 10계단 위에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2008년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의 부패지수는 10점 만점에 5.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2위를 차지했다.

일본(7.3점, 18위)은 물론 싱가포르(9.2, 4위), 홍콩(8.1, 12위), 대만(5.7, 39위)보다도 뒤졌다.

◇`가마우지 신세' 어떻게 벗어날까

우리나라는 수출량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수출의존도가 지난해 52.9%였다.

먹고 사는 활동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수출품을 만들기 위한 부품과 소재는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할수록 일본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높아지고 적자가 쌓인다.

일본의 한 경제평론가는 1980년대말 이런 상황에 놓인 우리나라를 `가마우지'에 비유했다.

우리 기업들이 가마우지처럼 수출시장에서 물고기를 잡아오면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들이 힘들이지 않고 물고기를 가로채 실익을 챙기는 모양새를 빗댄 표현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가마우지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 부품.소재 기업을 상대로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배 연구위원은 "금융위기로 시장에 나온 부품.소재 기업을 싼값에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시혜성이 짙은 중소기업 육성책에 매달리기보다는 부품.소재 분야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성춘 일본팀장은 `녹색 기술' 만큼은 일본의 기술력에 뒤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 팀장은 "일본은 5년간 300억 달러를 환경.에너지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입키로 했다"며 "우리 기업들에게서 `장인정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정부라도 나서 녹색 기술의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으로부터 수입을 줄이려고 애쓰기보다 일본 내수시장을 공략하거나 서비스 수지의 흑자폭을 키우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실물경제실장은 "선진국 기업의 아웃소싱 경험을 쌓아 일본 내수시장을 공략할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야 한다"며 "상품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면 대신 서비스업을 육성해 대일 무역흑자를 노릴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현석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