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인터넷에 '포스코,하이닉스 인수 유력'이라는 기사가 떴다. 곧이어 포스코 홍보실에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입니다. "똑같은 해명을 수십번 반복했다. 기사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극비리에 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작성됐다. 철강회사 회장이 뜬금없이 전자업체를 방문하는데는 반드시 모종의 내막이 있을 터이고 이는 결국 '인수'와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곁들여졌다.

포스코는 펄쩍 뛰었다. 회사 관계자는 "정 회장은 취임 초부터 고객사의 사업현장을 돌아가며 방문하고 있다"며 "이번이 하이닉스 차례였을 뿐 다른 뜻은 전혀 없다"고 어이없어 했다. 불똥은 하이닉스로도 튀었다. 뉴스가 뜨자마자 하이닉스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해명자료를 뿌렸다.

강도가 이번보다 세지 않아서 그렇지 최근 들어 포스코는 대형 매물이 나왔다는 얘기가 돌 때마다 어김없이 홍역을 치렀다. 자의에 상관없이 매번 '인수유력 후보' 반열에 올랐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대우건설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난으로 대우건설을 내놓는다는 뉴스가 뜨자마자 즉각 포스코 이름이 거론됐다. 정 회장이 "대우건설이라는 좋은 매물이 나왔으니 쳐다는 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멘트를 해도 시장에서는 '그럼 그렇지.포스코 말고 인수할 데가 어디 있겠어"라고 해석한다.

쌍용자동차가 한창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도 포스코는 빠지지 않았다. 주식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쌍용차가 저렇게 어려운데 국민기업인 포스코는 뭐하고 있느냐?"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매각예정 리스트에 올라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현대건설,포스코가 실제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대우조선해양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심지어는 아직 매물로 나오지도 않은 대한통운의 '새 주인 후보'로도 거론된다.

포스코의 이런 인기는 풍부한 자금력에서 기인한다. 현금성 자산만 5조원에 달한다. '재벌'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다. '특혜 시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 · 합병(M&A) 시장으로 통하는 길은 요즘 포스코로 통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